또 ‘저축銀’ 폭탄돌리기… “추가 인수 검토” 금융지주 주가 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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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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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한 은행 대부분 적자… 당국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

13일 국내 증시에서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는 3.67% 급락했다. 증권가에선 “저축은행의 추가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전날 발언이 악재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반면 전날 “저축은행 인수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고 밝힌 KB금융지주의 주가는 장중 한때 강세를 보이다 보합세로 마감했다.

금융당국이 신한 우리 KB 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에 최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의 인수를 종용하면서 무리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모두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일부 지주사의 경우 압박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검토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이날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를 보면 시장이 금융지주사의 저축은행 인수를 어떻게 보는지를 알 수 있다. 시장은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부실감독으로 생긴 피해가 시장과 주주에게 전가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 ‘하나 우리지주는 인수 검토’

4대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지난해 1, 2차 구조조정 때 퇴출된 저축은행을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한두 개씩 인수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 저축은행의 영업실적은 여전히 좋지 않다. 올 1분기 우리금융저축은행이 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을 뿐 △KB저축은행(―40억 원) △신한저축은행(―60억 원) △하나저축은행(―317억 원) 등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인수한 저축은행을 제1금융권의 기준으로 다시 실사한 결과 숨겨진 부실이 발견됐다”며 “이 부실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때문에 적자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지주사들은 저축은행의 추가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12일 한국은행 창립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토를 못 한 게 아니라 하지 않았다”며 저축은행 인수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하나 우리 신한 등 다른 금융지주사는 당국의 끈질긴 요구에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부실에 대한 보전을 해준다는 전제하에 추가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금보험공사는 14일까지 지난달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4곳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받을 예정이다.

○ “시장논리 훼손” 논란

금융당국은 과거에도 영업정지된 부실 저축은행을 대형 저축은행이나 은행 등 다른 금융권이 인수할 것을 권고해왔다. 하지만 부실은 쉽게 봉합되지 않았고 문제의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형 저축은행이 부실해지는 나쁜 결과만 낳았다.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의 인수로 경영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지만 수익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장논리에 안 맞고 배임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해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없다”며 “부동산경기가 나빠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할 수도 없고 금융지주사가 저신용자에게 고금리 장사를 하면 평판만 나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저축은행을 한꺼번에 은행에 파는 것보다 지점 단위로 분할 매각해 지역에 기반을 둔 서민금융기관으로 새로이 출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강제로 떠맡기지 않았고 금융지주사 스스로 인수 여부를 판단하게 했다”며 “만약 인수해 간다면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저축#금융지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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