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뉴욕 한식당 ‘단지’, 진정성으로 ‘미슐랭의 ★’ 따다

  • Array
  • 입력 2012년 5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DBR 그래픽
DBR 그래픽
2011년 10월 5일 미국 뉴욕의 한식당 ‘단지’가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한 개를 받았다. 한식당 가운데 최초로 미슐랭의 별을 받은 것이다. 뉴욕에 있는 241개 한식당 중에서 왜 단지만 이런 평가를 받았을까. 기존 한식당과 단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단지가 ‘진정성’을 선택하고 형식의 전통을 버린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정성은 성실하게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 타입 진정성의 선구자

단지의 사례는 ‘타입 진정성’ 관점에서 분석해볼 수 있다. 타입 진정성은 제작자가 만든 상품이 특정 범주에 속한다는 의미에서의 진정성을 뜻한다. 단지는 미국인 거주지역에 있고 한국 음식을 프랑스 스타일로 내놓는다. 따라서 한식을 한국 스타일로 내놓는 일반적인 한식당의 범주(카테고리)와 다르다. 특히 한식과 함께 일식, 중식 등 다른 나라 음식을 같이 내놓는 일반적인 퓨전스타일 식당과도 다르다.

단지는 프랑스식으로 요리를 내놓기 때문에 전통 한식당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미국인의 시각에서는 타입 진정성이 높다. 한식은 아직 미국인들에게 완전히 정립된 음식이 아니다. 한두 번 먹어본 사람은 많겠지만 일식, 중식, 이탈리아식, 프랑스식에 비해 존재감이 작다. 따라서 대부분의 미국인은 한식을 먹기 힘들어하며 전통 한식당보다 한식이 가미된 퓨전식당을 선호한다.

이러한 흐름과는 반대로 단지는 음식 측면에서는 퓨전 전략을 포기하고 ‘진정한’ 한식에 초점을 두면서 한식당이라는 카테고리를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정립했다. 새로운 상품이나 기업이 카테고리의 일원으로 인정되면 그 상품은 카테고리적 정당성을 얻게 되며 사회 구성원들에게 부담 없이 받아들여지게 된다. 단지는 한국 음식을 일식 등과 섞는 퓨전 스타일로 타협하기보다 당당히 카테고리의 리더가 되고자 했다. 타입 진정성이 높으면 비평가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기업의 매출 증가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이런 의미에서 단지는 한식 분야 타입 진정성의 선구자라 할 만하다. 존재감이 적은 한식이라는 카테고리의 초석을 가장 영향력 있는 미슐랭 가이드를 통해 세웠기 때문이다.

○ 장인 진정성 고수

단지는 특별한 훈련 과정을 거친 인력이 소유한 장인적 지식, 기술과 경험을 의미하는 장인 진정성도 갖췄다. 단지는 셰프오너인 김훈이 직접 운영한다. 그는 미슐랭 가이드 별 세 개 식당 ‘대니얼’과 ‘마사’에서 9년 동안 일한 베테랑 셰프다.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음식을 만드는 데 셰프의 정체성이 중요하다. 뉴욕에서 오래 살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한국을 자주 방문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의 많은 한식당은 셰프가 다국적이며 시간에 따라 일하는 셰프가 다르기 때문에 음식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단지는 중요한 식재료를 직접 조달한다. 된장과 김치는 손수 담그는 거래처를 통해 직접 확보하고 있다. 채소는 유기농 농장에서,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는 항생제나 호르몬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천연 사료로 키운 농장에서 받는다. 셰프는 음식의 이해도를 높이려고 주방에서 나와 음식에 대해 직접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이렇듯 단지는 음식의 진정성을 살리면서 주요 고객인 미국인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음식의 장인 진정성을 고수하는 한편 음식을 먹는 방식 및 분위기, 그리고 서빙 등은 현대적으로 바꿨다. 음식은 1인용 그릇에 담겨 나온다.

○ 카테고리적 진정성

진정성이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주관적 해석, 감성과 체험이 중시되는 산업에서 카테고리적 진정성은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런 산업에서 진정성은 기업의 중요한 전략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시장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평가받지 못한 기업의 주가는 카테고리적 정당성의 상실로 저평가될 소지가 크다. 장르가 애매한 영화도 비평가와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소비자는 제조는 하지 않으면서 마케팅과 판매를 위주로 사업을 하는 계약형 제조업체는 장인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타입 및 장인 진정성의 카테고리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비평가(및 소비자)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기업 및 상품은 진정성 부족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스타벅스는 진정성에 정통한 기업이다.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연구, 인력 양성, 원두 조달방법 등 진정성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커피에 대한 헌신으로 커피전문점 카테고리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단지의 성공은 현재진행형이다. 단지는 한식 카테고리의 선두주자로서 한식 분야의 스타벅스가 될 수 있을까. 카테고리 이론은 단지의 출발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교수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5호(2012년 5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인재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 Harvard Business Review


인재전쟁 시대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고위 임원으로 승진할 잠재력이 큰 후보들을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에 회사를 이끌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기업은 의외로 드물다. 업계에서 합의된 인재관리 베스트 프랙티스도 찾기 힘들다.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를 관리하기 위한 전 과정을 끝까지 연구한 사람도 없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교수와 니틴 노리아 교수는 이런 문제의식 아래 2007년부터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 관리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정립했다. 회사 전략을 고려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하며 신중하게 후보를 선택해야 하고 다양한 직무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등이 핵심 내용이다. 인재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에 대한 하버드대 연구팀의 최신 연구 성과를 전한다.



‘통제’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 Best Seller Preview


핵심 역량, 전략적 의지 등의 개념을 창안한 세계적 경영 사상가 게리 하멜이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What matters now)’란 신작을 내놓았다. 소셜미디어와 빅데이터, 신흥시장, 가상위협, 위험관리, 개방형 혁신 등 수많은 경영 화두가 난무하는 시대다. 하지만 그는 경영자가 진정으로 신경을 써야 할 요소는 가치, 혁신, 적응력, 열정, 이데올로기 등 다섯 가지라고 강조한다. 특히 그는 과거 100년 이상 기업의 역사를 지배했던 ‘통제’라는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급체계 없이 경영하는 게 충분히 가능한 일일뿐만 아니라 이런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식당#‘미슐랭 가이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