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윈윈’이냐 ‘제로섬’이냐… 글로벌기업 손에 달렸다

  • Array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왜 기업은 해외직접투자(FDI)를 할까? 제품은 수출하고 기술이나 브랜드는 라이선스를 줘서 돈을 벌 수도 있는데 왜 위험을 무릅쓰고 외국에 지사를 세우고 인수합병을 할까? 20세기 중반 이후 기업의 해외 진출은 당연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FDI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1970년대 말에 이르러서야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스티븐 하이머는 독점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FDI를 활용한다고 주장했다. 독점 기업들은 자국의 무역장벽과 진입규제 등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런 장벽이 낮아지면서 해외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자 독점 기업들은 아예 해외 경쟁자를 인수하거나 다른 나라에 생산기지를 세워 경쟁자의 성장을 사전에 봉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FDI는 ‘제로섬’ 게임이다. 독점적 이익은 상당 부분 소비자 등 상대방의 희생으로부터 나온다.

반면 에나트와 더닝 같은 학자들은 시장에서 거래할 때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거래 비용’에 더 주목했다.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일 수 없고 기회주의적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를 입수하고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을 준수하도록 감시하는 데 금전과 시간, 노력이 투입된다. 수출이나 라이선싱처럼 파트너와 관계를 맺어야 할 때 이런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국제 거래에서는 지리적 거리, 문화적 제도적 차이로 인해 거래 비용이 더 커진다. FDI는 자사가 직접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파트너와의 거래비용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라이선스 파트너가 기술을 도용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이렇게 보면 FDI는 생산자와 소비자, 양 당사국이 모두 ‘윈윈’하는 게임이다. FDI의 결과 비용이 낮아져 기업 이익도 커지지만 상품 가격이 낮아지는 등 그 혜택은 소비자에게도 돌아간다.

한편 버클리와 카슨 등은 기업이 FDI를 하는 이유로 ‘이전가격’ 조정을 통한 세금 회피(본사와 지사 간 거래에서 정상 가격과 다른 가격을 적용해 세율이 낮은 지역으로 이익 돌리기)를 들었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이론은 현실을 반영한다. 공교롭게도 최근 미국과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세금 회피 논란에 휘말렸다. 본사와 지사 간 이전가격이 문제가 됐다. 조세회피지역을 우회하거나 이전가격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덜 낸 게 문제가 됐다. 높은 세율과 지나친 규제가 일탈을 불러오고, 이는 다시 규제를 강화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대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가 제로섬 게임에 그칠지, 아니면 윈윈 게임이 될지는 다른 누구보다 이들 기업에 달려 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어느 한두 국가의 통제 범위를 넘어섰다. 매년 엄청난 돈을 사회공헌에 쓰는데도 기업 이미지가 별로 나아지지 않아 고민이라면, 혹시 내부 어딘가에서 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5호(2012년 5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전략변화 성공 기업의 비결

▼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캐드베리 슈웹스(Cadbury Schweppes)는 1820년대 초 퀘이커 교도들이 설립한 캐드베리가 1969년 더 슈웹스를 합병하며 재출범했다. 두 회사의 문화는 판이했다. 슈웹스 출신 직원들은 캐드베리 쪽 사람들을 ‘소년 성가대원’이자 ‘술이라고는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 퀘이커 교도’라고 부른다. 반면 캐드베리 출신 직원들은 슈웹스 측 사람들을 두고 ‘진토닉이나 마셔대는 런던 사람’인 데다 ‘단기적’이거나 ‘카우보이’적 접근 방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관용과 자유의 정신을 적극 지지하는 조직 문화를 토대로 서로에 대한 반대 의견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전통으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이런 전통은 오늘날 경쟁 업체에 비해 성공적으로 전략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략변화 성공 기업의 비밀에 대해 분석했다.



‘관계’에서 길 찾은 살리에리

▼ Lessons from Classic


영화감독 밀로시 포르만의 1984년작 ‘아마데우스’는 18세기 말엽 유럽 음악계를 대표하는 작곡가였던 살리에리(사진)와 모차르트의 라이벌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속에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평생 원망하는 조역(助役)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실제 그의 모습도 그랬을까. 모차르트 사후 그의 아들과 제자가 살리에리의 문하생이 됐을 정도로 살리에리와 모차르트 사이에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살리에리는 영화 속 묘사와 달리 ‘덕망’을 무기로 삼은 작곡가였으며 ‘관계’를 중요시했던 예술가였다. 변화무쌍한 시기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를, ‘상호작용’이라는 키워드를 살리에리는 몸소 실천했다. 천재가 되지 않고도 위대함을 보여준 살리에리의 삶을 소개한다.
  
#DBR#글로벌기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