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나카 日 게이오대 교수 “한국, 다음 세대 생각한다면 FTA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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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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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침소봉대 말고 포퓰리즘 빠지지 않길”
■ ‘고이즈미 개혁 설계자’ 다케나카 日 게이오대 교수

11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1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국 정치인들이 다음 선거가 아닌,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면 일부 반대와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한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실현시키는 것이 맞다.”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 금융·경제재정정책담당상 등을 지내며 ‘고이즈미 구조개혁’의 설계자로 불렸던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한국이 포퓰리즘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고려대 일본연구센터와 동아시아문화교섭학회가 주최한 11일 학술대회에서 ‘대재난과 일본 경제사회’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다케나카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 국민이 보내준 따뜻한 성원에 모든 일본 국민이 마음으로부터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와 주요 강연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소개한다.

―일본 전력생산의 30%를 담당하는 원자력발전소가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발전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경제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나.

“제조업체들이 안심하고 투자나 설비 확장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기 문제가 아니어도 일본은 가뜩이나 법인세율이 높고 노동규제가 많은 나라다. 이참에 전기 부족을 이유로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다. 산업공동화가 우려된다.”

―최근 한국에서도 출간된 ‘일본 대재해의 교훈’이라는 공저를 보면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일본경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대목이 있던데….

“폐허 위에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은 빈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기존 도시를 재개발하는 것보다 과감하고 대담한 발상을 할 수 있다. 1923년 도쿄(東京) 일대는 이번 지진보다 더 큰 재난을 겪었다. 당시 일본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이르는 재원을 쏟아 붓는 대담한 부흥계획을 세웠다. 반대 때문에 일부 계획은 축소됐지만 ‘큰 그림’ 덕에 오늘날 도쿄의 골격이 만들어졌다.”

―일본경제의 향후 진로를 어떻게 보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몇 가지 잘못된 경제정책을 폈다. 중소기업이 은행에 채무상환 연장을 요청하면 들어줘야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청이 이미 100만 건을 넘어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가 구조조정 기업에 지원금을 줘 고용을 유지토록 하는 정책도 필요한 곳에 노동력이 공급되지 않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불량채권과 실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시간만 끄는 임시방편들이다. 지난 5년간 일본의 주가가 40%나 떨어진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정책들을 바로잡으면 일본경제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정년연장 정책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급료와 대우를 생산성에 맞게 조정하면서 정년을 연장시켜야 한다.”

―세계적으로 포퓰리즘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나쁘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불안이 커지면 포퓰리즘이 득세한다. 포퓰리즘은 재정을 악화시키고, 이것이 다시 사회불안을 고조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그리스가 대표적 사례이고, 프랑스도 이번 대통령선거로 그 가능성이 생겨났다. 일본도 이런 악순환에 빠져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과 한국 정도가 악순환에 아직 빠지지 않았다. 여기에 한국경제의 강점이 있었다. 한국은 포퓰리즘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한-유럽연합(EU), 한미 FTA를 일본 기업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과 라이벌 관계인 일본 전자업체들에 FTA는 엄청난 위협이다. 글로벌 전자업체들의 경우 가격 1%를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는데 FTA로 한국 전자업체들은 일본 업체들에 비해 15% 정도의 가격경쟁력 우위를 갖게 됐다.”

―한국경제에 대해 한마디 조언을 한다면….

“한국이 지난 십수 년간 이룩한 경제성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뛰어난 수준이다. 물론 국내에서는 불만과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성공에 도취해 변화를 거부하면 안 되지만 불만과 부작용을 너무 침소봉대(針小棒大)해서 길을 거슬러가도 실패한다. 너무 돋보기를 들이대지 말고 새처럼 멀리 봐야 한다.”

다케나카 교수는 최근 일본 내에서 “한국경제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강조한다. 그는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교육을 크게 강화하고 빅딜 정책을 통해 대기업들의 사업구조를 조정한 것이 지금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을 만들어 냈다”면서 “일본이 가장 배워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 다케나카 헤이조 교수는 ::


―1951년생. 히토쓰바시(一橋)대 졸업

―1987년 오사카(大阪)대 조교수

―1990년 게이오(慶應)대 조교수

―1996년 게이오대 교수

―2002년 금융담당상·경제재정정책담당상

―2004년 참의원 당선, 경제재정정책·우정민영화담당상

―2005년 총무상·우정민영화담당상

―2006년 게이오대 교수 복귀

천광암 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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