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브랜드가 효자” 유치전쟁 나선 백화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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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화-차별화로 2030세대 유인 전략

최근 백화점 업계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그룹 차원의 수입브랜드 유치 전쟁에 나서고 있다. 경쟁력 있는 해외 브랜드를 수입하면 기존 유통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유망한 신사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현대백화점그룹이다. 1월 계열사인 현대홈쇼핑이 한섬의 지분 34.6%를 4200억 원에 인수하면서 그룹 내 패션사업의 한 축을 맡게 됐다. 신세계그룹의 신세계인터내셔날처럼 럭셔리 수입브랜드 사업과 국내 패션브랜드 사업을 이끄는 계열사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투자자금 배분 측면에서 홈쇼핑이 한섬을 인수했지만 사실상 현대백화점과 한섬의 시너지를 통해 패션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홈쇼핑이 한섬을 인수하자마자 2월 현대백화점에서 상품기획담당 2명이 한섬 임원으로 발령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형종 상품본부장이 한섬 부사장으로, 수입MD(상품기획) 담당 고남선 부장이 한섬의 상품부문 이사로 이동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에 보낸 임원 3명 중 2명이 백화점 출신인 셈이다.

현대백화점은 또 이달 초 한섬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함께 수입 브랜드를 발굴하기로 했다. 한섬의 캐시카우 노릇을 톡톡히 했던 효자 수입브랜드인 지방시, 발렌시아가, 셀린느 등의 계약 만료기간이 다가오자 추가 이탈을 막고 새로운 브랜드 수입원을 창출하려는 것. 특히 지방시가 올해 7월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에 국내 영업권을 넘겨주면서 현대와 신세계의 자존심 싸움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사내에서 패션사업을 담당하는 글로벌패션사업본부 조직 규모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9개 패션브랜드와 아동형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계열사를 통해 공격적인 해외브랜드 사업을 진행하는 현대, 신세계와 달리 내부에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지난해 4월 신설된 글로벌 MD팀도 효율적인 수입브랜드 발굴을 위해 올해 3월 조직을 개편했다.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가별 담당제를 도입해 동남아, 러시아, 중국1·2·3담당이 해외점포의 상품기획과 해당 나라의 경쟁력 있는 브랜드 발굴을 맡기로 했다. 또 ‘자주MD담당’을 둬 국가에 관계없이 유망한 상품을 찾아내는 업무를 맡겼다.

롯데와 현대에 앞서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오랫동안 수입브랜드 운영 노하우를 키워온 신세계는 백화점에서도 편집매장을 타깃별로 세분해 확대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 편집매장을 ‘테스트 마켓’으로 활용해 반응이 좋은 옷은 해당 브랜드 사업권을 정식으로 가져와 단독 매장을 확대하기도 한다. 신세계 편집매장인 분더샵에서 판매했던 ‘몽클레르’ ‘3.1 필립림’이 대표적이다.

백화점들이 이처럼 수입브랜드 발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길거리 상권과 SPA 브랜드로 눈을 돌린 20, 30대를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어디에나 있는 브랜드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브랜드가 이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는 것.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글로벌MD팀의 첫 작품인 편집매장 ‘바이 에 토르’는 3월 오픈하자마자 목표 달성률 220%를 올리고 올해 6월 부산에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기업#무역#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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