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대박상품… 그때 그 사회가 보이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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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트상품을 보면 사회가 보인다. 국내 첫 종합 온라인몰인 인터파크가 1997년부터 2011년까지 14년 동안의 상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그 당시의 경제·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면서 히트상품이 부침을 거듭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의 히트상품은 책상용 스탠드와 학생용 배낭 ‘이스트팩’이었다. 인터넷 쇼핑의 주고객층이 이른바 ‘X세대’로 불리던 젊은 대학생들이다보니 나타난 결과였다. 》
불빛이 들어오는 네온전화기는 판매량 3위에 올랐다. 이는 당시 대학생들의 호주머니 사정상 휴대전화를 갖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에는 히트상품 1, 2위에 각각 기초적인 생필품인 비누와 세제가 올랐다. 오렌지향 콘돔도 처음으로 5위 안에 진입했는데, 이는 팍팍해진 살림살이 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린 풍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인터파크 측은 분석했다. 또 이 시기를 전후해 주부들이 저렴한 인터넷 쇼핑의 매력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5500원짜리 어린이 장난감 ‘펄러기’가 판매량 1위였고 안전놀이방, 돌김 세트처럼 주부들이 선호하는 생활 밀착형 상품이 순위권에 들어갔다.

2000년 히트상품 목록을 보면 한국경제가 외환위기에서 탈출한 흔적이 확연하게 나타난다. 강아지 로봇이나 크리스마스트리, 전동칫솔, 다이어트 비디오 등 기초생필품이 아니라 ‘소박한 사치’를 맛볼 수 있는 물품들이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2001년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히트상품 1위에 오르며 ‘얼리어답터’가 온라인몰의 이슈로 떠올랐다.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는 향후 인터넷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역할을 하면서 개인 블로그, 홈페이지, 소호형 인터넷 쇼핑몰의 증가를 가져온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인터파크 측의 분석이다.

2004년에는 처음으로 남성 화장품이 여성 화장품을 누르고 히트상품 1위에 올랐다. 점차 외모를 가꾸는 남성이 늘어난 ‘메트로 섹슈얼’ 열풍을 반영한 것이다. 또 한물 간 아날로그 방식의 ‘파나소닉 워크맨’이 2003년 히트상품 5위였던 ‘MP3플레이어’를 제치고 2위로 껑충 뛰어오른 점도 눈에 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취업에 필요한 어학능력을 키우고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재수생이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쉰 인구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선 해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2007년에는 ‘생얼 열풍’으로 마스크팩이 판매량 1위에 등극하면서 ‘여유로운’ 생활상을 반영했지만, 2008년에는 또 세계금융위기와 불경기의 여파로 ‘초저가 의류’가 처음으로 순위권에 들어왔다. 급기야 2009년에는 초저가 의류 순위가 껑충 뛰어 히트상품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국산 기저귀와 물티슈가 각각 1, 2위에 올랐다. 일제 기저귀와 물티슈를 애용하던 주부들이 일본의 방사능 유출사고를 계기로 국산제품으로 대거 갈아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풀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히트상품#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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