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적기시정 유예가 부실 더 키웠다”

  • Array
  • 입력 2012년 5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재무악화 -도덕적 해이 불러
당국 구조조정 방식 도마에

지난해 9월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당시 적기시정 조치 유예 등의 판정을 받아 연명한 6개 저축은행 중 4개가 6일 영업정지 되면서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방식이 사실상 실패한 것이 아닌지 논란이 일고 있다.

2차 구조조정 당시 금융당국의 조치를 요약하면 시간을 좀 더 줄 테니 저축은행별로 생존할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사옥을 매각하고 계열사를 처분해 자본금 확충에 나섰지만 경영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2011년 6월 말 400억 원이었던 한국저축은행의 납입자본금은 6개월이 지난 뒤인 2011년 12월 말 800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자기자본은 936억 원에서 ―383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미래저축은행 역시 이 기간 납입자본금은 455억 원에서 1592억 원으로 늘어났지만 자기자본은 ―1718억 원에서 ―2165억 원으로 나빠졌다.

이는 사옥을 팔고 계열사를 매각해 확충하는 자본금보다 부실 채권이 늘어나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규모가 더 컸기 때문이다. 부실 채권 증가의 원인은 금융감독원이 추가로 찾아낸 부분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실 규모가 증가한 측면도 있다.

부실 채권은 이자가 연체된 기간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구분된다. 정상 채권이 이자를 3개월 연체하면 ‘요주의’가 되고, 여기서 다시 3개월을 더 연체하면 ‘고정’이 된다. 부동산 담보대출은 요주의가 되면 대출 원금의 10%를, 고정이 되면 3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이번에 영업정지 된 한 저축은행의 관계자는 “부실 징후가 있는 채권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성 부채로 변했다”며 “아무리 건물을 팔고 계열사를 매각해도 대손충당금을 쌓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닥친 경기침체 변수를 감안하지 않은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방식은 호미로 막을 저축은행 사태를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영을 개선할) 시간을 더 주었더니 부실이 되레 커졌고 대주주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온 측면이 있다”며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으로 방침을 바꾼 데는 이런 부작용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저축은행 퇴출#구조조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