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고졸 채용을 얼마나 더 늘리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을 평균해 보면 5.2%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조사 결과인 2.3%보다 부쩍 증가한 수치다. 특히 대기업들은 “지난해보다 고졸자 채용을 6.9% 확대하겠다”고 대답했다.
기업들이 갑자기 ‘생각해보니 고졸 사원들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이렇게 답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여론의 고졸 채용 확대 주문에 화답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경총도 보고서에서 그렇게 해석했다.
문제는 고졸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한 만큼 전문대를 포함한 대졸 신규채용 예상증가율(2.4%)이 지난해(4.5%)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경총 측은 “꼭 대체효과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면서도 “상식적으로 영향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이 조사에서 올해 대졸, 고졸을 모두 합한 전체 신규채용 예상증가율은 3.3%였다. 지난해(3.7%)보다 낮다.
결국 답은 다시 ‘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으로 돌아온다. 고졸은 고졸대로, 대졸은 대졸대로 채용이 늘어야 한다. 그런데 설문에 응한 기업 중에는 “상황이 너무 안 좋아 채용을 오히려 줄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답한 곳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경제가 최근 수년간 선방했다는데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겠고, 대기업 실적은 연일 최고라는데 그 온기(溫氣)가 밑으로 전해지지는 않는다. 그렇다 보니 성장은 쏙 들어가고 분배가 화두다. 올해 총선에서도 성장을 얘기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었다.
사실 ‘성장은 가진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없는 사람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더욱 중요하다’. 따옴표 속 문장은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최근 펴낸 책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에서 한 말이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복지, 사회정책, 사회적 일자리, 일자리 나누기로 될까요? 그런 정도로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고 국민이 원하는 소비수준을 지킬 수 있을까요?”라고 묻기도 한다. 여전히 고민해야 할 문제인데 성장 담론을 꺼내면 눈총을 맞을 듯한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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