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상인들 “北, 밀린 수출외상값 빨리 갚아라”… 평양서 플래카드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중국 무역업자들이 대북 거래에서 대금을 종종 떼이고 몇몇 업자는 시위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빚 독촉을 한다고 중국 징지관차(經濟觀察)보가 16일 보도했다. 한때 대북 무역은 ‘노다지’였다.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는 군인용 솜 외투에 솜 대신 비닐로 싼 꽈배기를 넣은 뒤 국경을 넘기만 하면 곧장 네 배의 이윤이 남는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중국인 왕쉬밍(王旭明) 씨는 이런 말에 현혹돼 20년 전 대북 무역에 뛰어들었다. 내각 산하의 국영기업 ‘조선광명상사’와 무역거래를 했으나 대금을 받지 못했다. 1990년대 중반 왕 씨는 빚을 받으러 8개월 동안 평양과 단둥을 오갔다. 매일 평양의 내각 건물 정문에서 광명상사 사장을 찾았으나 그는 늘 자리를 비웠다. 어느 날 왕 씨는 무작정 내각 건물로 밀고 들어가 사장을 발견했으나 곧 경비원들에게 끌려 나왔다.

[채널A 영상] 축제 끝, 평양의 ‘잔인한 봄’ 시작되다

갖은 방법에도 효과가 없자 왕 씨는 같은 처지의 중국인 업자들과 내각 건물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플래카드를 펴자마자 인민군들게 둘러싸여 저지당했다. 이런 소동이 있고 며칠 뒤 조선광명상사로부터 1만5000달러(약 1706만 원)를 가져가라는 연락이 왔다. 또 빨리 북한을 떠나라고 종용하면서 귀국 차편까지 보냈다고 한다. 왕 씨는 “기본적으로 떼인 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없고, 조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면 괜찮은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회사 건물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고 거래 상대방이 휴대전화번호는커녕 사무실 전화번호도 숨기는 경우가 많아 돈을 떼이면 받을 방법이 요원하다. 또 빚을 받으러 가려고 하면 비자 신청에 필요한 초청장을 잘 발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북한#중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