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멘스 준법감시인 엘브라흐트 씨 “뇌물요구 사업 안하니 수익 되레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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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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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 2006년 부패 스캔들 후 준법경영 기업 변신”

독일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전기전자기업 지멘스에서 2006년 최악의 부패 스캔들이 터졌다. 4억6000만 유로(약 6950억 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해 발주업체에 뇌물을 뿌린 사실이 적발된 것. 기업신뢰도는 추락했고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물갈이됐다.

하지만 지멘스는 이 스캔들 이후 모범 준법경영 기업으로 거듭났다. 준법 프로세스를 기초부터 재점검하고 ‘전담 준법감시인’ 제도를 만들어 현재 전 세계 600명의 준법감시인이 활동하고 있다.

지멘스는 2009년부터 세계은행과 협력해 15년간 총 1억 달러(약 1130억 원)의 지원금을 청렴 비즈니스와 부패척결에 앞장서는 세계 비영리기관에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300여 개 프로젝트가 공모했고 31개가 선정됐다. 국내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국제경영원의 ‘동북아기업윤리학교(NABIS)’가 유일하게 선정돼 총 10억 원을 지원받는다.

올 1월 한국지멘스의 준법감시인으로 부임한 외른 엘브라흐트 씨(사진)는 지난달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멘스는 준법경영을 강화한 이후 법을 어길 위험이 높은 사업에는 아예 들어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멘스 본사가 뇌물을 주지 않으면 진행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글로벌 프로젝트를 포기한 사례도 소개했다.

그러면 기업의 수익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그는 “준법경영 이후 오히려 수익이 좋아지고 있다”며 “임직원들 사이에 ‘회사가 나를 불법으로 내몰지 않는다. 나를 책임지고 보호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강한 동기 부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NABIS는 기업들의 준법 윤리경영 사례를 발굴해 대학생들이 그 기업의 준법, 윤리경영 책임자와 함께 교육받는 프로그램이다. 인터뷰에 함께 참여한 전경련 국제경영원 박규원 사무국장은 “차세대 엘리트와 CEO가 될 대학생들에게 준법 및 투명경영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준법경영을 실천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높은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동북아기업윤리학교는 GS건설, 교보생명, KT, 한국전력, 홈플러스, 포스코, SK C&C, 한국지멘스 등 8개 기업, 32명이 참여한 1차 연도 프로그램을 최근 마쳤으며 이달부터는 2차 연도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독일 본사에서 준법감시인으로 활동했던 엘브라흐트 씨가 보는 한국의 준법경영은 어떤 수준일까. 그는 “최근 수년간 한국은 준법경영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강화돼 제도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이 됐지만 한계가 있다”며 “최고경영진과 중간관리자의 마인드 변화와 준법경영 준수에 대한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기업#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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