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타이어 값… 美선 15만원 물 건너 한국 오면 40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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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지는 수입타이어 시장 … 부풀어 오른 ‘가격 거품’ 논란

독일 브랜드의 수입차를 몰고 다니는 대학 교수 최모 씨(42)는 최근 타이어 교체를 놓고 비싼 가격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2년 전 차량 구입 후 한 번도 교체하지 않은 타이어의 마모가 심해 교체가 시급했던 최 씨는 개당 40만∼50만 원씩 하는 수입타이어 가격을 듣고 입이 떡 벌어졌다. 최 씨는 “유학 시절 미국에서 구입했던 타이어 가격보다 너무 비싸 알아보니 인터넷쇼핑몰 아마존닷컴에서는 같은 타이어를 절반인 20만 원 정도에 팔고 있었다”며 “4개를 몽땅 교체하려 하니 200만 원은 족히 드는 상황이라 국산 타이어로 교체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비중이 지난해 자동차 등록대수의 10%를 넘어서면서 수입타이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입타이어의 가격이 미국이나 유럽 원산지의 유통 가격에 비해 2∼3배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채널A 영상] 차 값은 비슷해도…수입차 수리비 비싼 이유 있었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나 포드 ‘토러스’에 주로 장착되는 미쉐린 프라이머시 MXV 17인치 제품의 경우 미국 내 판매 가격이 개당 15만∼20만 원 수준이나 국내 정비업소에서 부르는 가격은 38만∼40만 원이다. 역시 BMW 차종에 주로 쓰이는 브리지스톤 RE92 17인치 제품 가격은 국내에서 개당 30만 원대 후반이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10만 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국내 수입타이어 가격에 이렇게 거품이 끼어 있는 이유는 뭘까. 한 수입타이어 유통업자는 “타이어의 제품 특성상 물류비와 재고관리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이어는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특성 때문에 재고 압박이 크다. 제조사는 생산된 타이어를 가급적 빨리 넘기려 하고 이 과정에서 ‘바잉파워(Buying power·구매력)’를 갖춘 유통사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수입타이어 유통구조가 ‘지점-총판-대리점-정비센터’ 등으로 복잡한 점도 가격 차를 부추겼다. 유통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값이 불어나는 것이다.

국내 타이어 시장 규모는 연간 9700만 개 안팎이다. 정기적으로 교환해줘야 하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늘어나는 자동차 수요에 맞춰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가운데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후발주자인 넥센이 1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가운데 최근 수입타이어도 전체 타이어 시장에서 5% 안팎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점점 커지고 있다. 대한타이어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입타이어 시장 규모는 2009년 2440억 원에서 2010년 3536억 원, 지난해 5032억 원으로 최근 연간 40%대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2, 3년 새 수입타이어의 국내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자 국내 타이어 제조사들도 본사가 직접 유통을 관리하는 사업 플랫폼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금호타이어는 ‘타이어프로’ ‘타이어마스터’ 등으로 나뉘어 있던 타이어 유통점을 최근 ‘타이어프로’로 통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금호타이어는 내년 말까지는 전국 500여 개 점포를 모두 타이어프로로 통합해 유통구조를 최소 3단계까지 줄여 타이어 가격에 대한 불신을 지우겠다는 목표다. 이에 앞서 한국타이어는 ‘T스테이션’, 넥센타이어는 ‘타이어테크’라는 전문 유통 플랫폼을 도입했다.

타이어업계에서는 ‘수입차에는 무조건 수입타이어만 달아야 한다’는 소비자 인식도 수입타이어의 가격 거품을 더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 정비센터에서는 국산 타이어는 아예 구비하지 않은 채 값비싼 수입타이어 장착을 소비자에게 강권하는 현실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국산 타이어를 장착해도 수입타이어와 성능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타이어#수입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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