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내일 경영복귀 2주년, “위기다” 복귀 일성… “이젠 신뢰다” 새 화두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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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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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위기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2010년 3월 24일 1년 11개월여의 공백 끝에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일성은 ‘위기’였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애플의 공세로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던 때였다.

돌아온 이 회장은 침체된 조직에 위기감을 불어넣고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삼성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실적이 호전되고 안정감을 되찾은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올해 다시 ‘사랑받는 기업’이라는 화두(話頭)로 삼성이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새 과제를 제시했다.

○ 침체된 삼성을 깨우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삼성은 빠르게 중심을 잡아갔다. 복귀 두 달 만에 바이오 제약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23조 원을 투자하는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단행했다.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는 한편 국가적 대사인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도 역점을 뒀다. 2010년 11월에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미래전략실을 만들었다. 장기적 관점의 투자와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이 강점인 ‘오너 경영’을 뒷받침하는 ‘브레인 조직’을 부활시킨 것이다. 그룹 경영체계를 다잡은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으로 출근하며 현안을 챙기는 ‘출근 경영’을 시작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복귀한 뒤)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그룹 분위기가 안정을 되찾았다”며 “공격적인 투자는 물론 아이마켓코리아 및 아티제 사업 철수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 강력한 총수 리더십은 양날의 검


  

이 회장의 ‘위기경영’ 리더십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165조 원, 영업이익 16조25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974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애플(9300만 대)을 누르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로 올라섰다.

마르틴 헤르메트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이건희 리더십’은 위기를 먼저 정의하고 이를 극복하도록 조직을 독려하는 ‘위기 창조의 리더십’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력한 총수의 리더십은 ‘양날의 검’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너 의존도가 ‘오너 리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 복귀 전후의 삼성이 다르다는 점은 삼성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자녀의 역할과 안정적인 경영 승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사랑받는 기업’ 새 화두는 고민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사회로부터 믿음을 얻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사랑받는 기업’을 새 화두로 제시했다. 지난해 준법경영을 선포하고 부정부패 척결과 담합 근절의지를 밝히는 등 조직 체질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도 새로운 조직문화가 뿌리를 내리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등이 제기한 차명재산 분할 청구소송의 여파도 이 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대기업 경제력 집중에 대한 비판 여론 속에서 개혁의 타깃이 된 점 역시 이 회장과 삼성의 고민을 깊게 하는 대목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리더십#삼성#위기경영#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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