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빅 데이터, 의사결정 패러다임을 뒤집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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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빅 데이터’ 활용 사례 분석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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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빅 데이터(Big data)’는 주로 학자들이 사용하는 단어였다. ‘페타바이트(Petabyte)’ ‘제타바이트(Zetabyte)’ 등 특정 용량에 따라 일반 데이터와 빅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구별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DB) 처리 방식으로 저장하고 열람하기 어려운 대용량의 데이터를 빅 데이터라 칭하기도 했다.

과거엔 기업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담아 둘 기술이 부족했다. 설령 이런 데이터를 담아 둔다고 해도 의미 있는 분석이 불가능해 생성과 동시에 거의 폐기됐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건 구글처럼 우수한 인력을 확보한 소수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가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기업들이 데이터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한발 더 나아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과 환경이 속속 등장하면서 기존 비즈니스 운영 방식과 의사 결정의 틀을 뒤집어놓을 수 있는 빅 데이터의 새로운 가치가 조명되고 있다. DBR 101호(2012년 3월 15일자)에서는 실제 빅 데이터를 활용해 수백억 원대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사례를 통하여 빅 데이터가 이끄는 의사 결정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소개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 데이터 패칭과 수학적 최적화 통해 수백억 원대 비용 절감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반도체 장비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생산 시간을 분석하다 제품 생산 시간이 무작위적인 형태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제품을 20초에 하나씩 생산하다 갑자기 50초에 하나씩 생산하더니 15초에도 생산하고 거의 10초대와 몇 분대를 오가는 등 생산 시간이 불규칙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우선 생산 시간이라는 결과치는 물론이고 그 결과치를 생성해내는 근본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까지 그 족적을 추적했다. 몇 주간의 작업 끝에 이 회사는 ‘빅 데이터’, 즉 반도체 장비 애프터서비스(AS) 직원들에게만 접근이 허용된 데이터로 1초에 수십만 건의 정보가 저장되는 방대한 DB를 찾아냈다. 또 반도체 공장 내 모든 장비에 작업 지시를 내리는 시스템의 데이터에도 주목했다. 즉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①장비 내 제품 생산 시간 결과 데이터 ②장비 내부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③공장의 두뇌 격인 작업지시 시스템 데이터를 한데 모아 ‘데이터 패칭’(따로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 의미 있는 데이터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작업)을 수행했다.

새롭게 생성된 데이터를 근거로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다양한 제품이 처리되는 반도체 특성상 제품이 처리되는 순서에 따라 처리 속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즉 다양한 제품을 처리하는 장비에서 각 제품이 실제 생산되는 시간은 동일하지만 어떤 순서로 장비에 유입되느냐에 따라 생산 시간이 불규칙해진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는 바꿔 말해 작업의 순서 조합을 최적화하면 제품당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장비에 유입되는 제품 정보를 파악한 후 어떤 순서로 제품을 생산하는 게 가장 최적화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를 ‘스케줄링’ 이론이라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구현해 냈다. 그리고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업 순서를 바로 산출해 생산에 적용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결과 기존 방식 대비 모든 제품의 생산 시간을 10% 정도 단축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수백억 원대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렸다.

○ 의사결정의 새로운 패러다임

빅 데이터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바로 애널리틱스(Analytics)다. 애널리틱스란 영문을 직역하면 ‘분석’이다. 그러나 일반적 비즈니스 분석과 달리 애널리틱스는 복잡한 연산을 수학적 최적화나 고도의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해 그 결과를 도출한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의사결정을 실시간으로 내리는 작업은 과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글 같은 데이터 전문기업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컴퓨팅 기술의 발달과 이러한 애널리틱스를 활용한 범용 소프트웨어가 속속 등장하면서 이제는 다양한 기업이 이러한 고도의 수학을 응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우리는 흔히 의사결정을 내릴 때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정보나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컴퓨팅 기기의 발달, 특히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인해 세상이 변하고 있다. 지금은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지 손쉽게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의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장영재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1호(3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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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사결정 이론과 대안

▼ Special Report/Make or Buy Strategy


기업들은 다양한 기능별 활동을 독자적으로 수행할지 혹은 다른 개인이나 조직과 시장거래를 통해 조달할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한다. 생산에 필요한 각종 부품을 외부 업체로부터 살지 아니면 회사 내부에서 직접 생산할지, 마케팅 및 판매활동은 직접 수행할지 아니면 전문가 그룹에 맡길지 등이 모두 그 대상이다. 이는 기업 활동의 경계를 규정하고 내부 자원의 활용 방향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이 의사결정과 관련한 주요 연구 성과들을 살펴보고 최근의 빠른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합리적 의사결정 대안을 제시한다.



변화의 시대… 적응력이 경쟁력

▼ Harvard Business Review/적응력: 불확실성 시대의 경쟁우위 원천


세계화와 신기술이 확산되고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비즈니스 환경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고 수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깊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전략 수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통적 전략은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세상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처럼 경영 환경이 빠르고 다양하게 변하는 시대에는 변화를 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적응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변화의 시대에도 승승장구하는 기업들의 4대 조직 역량과 기존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정리했다.
#경제#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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