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종교인 과세’ 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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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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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해 “국민이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개세(皆稅)주의’ 관점에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종교인 과세를) 검토하고 있으며 미뤄 놓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2006년 4월 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에 “종교인에게도 과세가 가능한가”라고 질의한 뒤 6년 만에 세제(稅制)정책 최고당국자가 원론적 접근이긴 하지만 긍정적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종교인에게도 원칙적으로 과세가 돼야 한다”는 박 장관의 발언으로 잠복해 있던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는 죽음과 세금”이라고 했다. 굳이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현대인에게 세금은 숙명과도 같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종교인들은 세금의 치외법권 지대에 머물러 왔다. 국내 세법에 ‘종교인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관행상 비과세가 용인돼 왔다.

천주교 사제들은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1994년부터 소득세를 내고 있다.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산하 한국교회발전연구원도 목사들의 ‘자발적 납세’를 공론화했다. 그러나 전체 종교계로 보면 이들은 여전히 소수다.

세제전문가들은 박 장관의 ‘종교인 과세 검토’ 발언이 정치권의 복지확대 공약과 관련해 납세자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점에 나온 것에 주목한다. 조세·재정·복지전문가 50명을 상대로 한 동아일보의 설문조사(2월 15일자 A1·5면 참조)에서도 응답자의 92%가 “복지확대 재원은 소득이 있는 국민이라면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금을 내지 않는 41%의 국민 중 극빈자를 제외하면 조금이라도 세금을 내면서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복지의 한 축을 담당해온 종교인들이 복지재원 조달의 책임을 공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당수 종교인은 소득이 적기 때문에 소득세 납부 의무가 생기더라도 사실상 세금을 내지 않거나 극히 소액만 내겠지만 ‘세금을 낸다’는 원칙을 세우는 게 우선 중요하다.

박중현 경제부 차장
박중현 경제부 차장
정부 당국은 종교인의 소득 및 재산 수준,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해 합리적 과세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도 종교인의 표를 의식해 종교인 과세 문제에 미적거리는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기 전에 종교계 내부에서 납세에 대한 더 적극적인 움직임이 자발적으로 확산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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