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5색파워]“외국 캐릭터에 발목… 자체 캐릭터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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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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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내의’ 5개 브랜드로 국내 넘어 中진출 ‘GB스타일’

GB스타일 직원들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본사 쇼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무냐무냐’는 지난해 35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GB스타일 직원들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본사 쇼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무냐무냐’는 지난해 35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강남구 청담동 ‘GB스타일’ 본사는 올 봄여름 시즌 선보일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속옷과 내복, 잠옷 등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업체답게 건물 내부는 마네킹과 내의를 걸어둔 옷걸이들로 빼곡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전국의 백화점 매니저 60여 명을 초청해 신제품 품평회를 열었다.

2일 찾은 GB스타일은 품평회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상품기획실부터 디자인연구소까지 거의 모든 직원들이 6층 건물을 바쁘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 “캐릭터를 뺏겼던 게 오히려 다행”


GB스타일은 1991년 거봉교역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월트디즈니, 워너브러더스 등과 제휴해 내의에 캐릭터를 새겨 넣었다. 외국 캐릭터 회사가 문구나 생활용품 업체가 아닌 내의 회사와 손잡고 판매를 시작한 건 이례적이었다. 이 캐릭터 내의는 아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비록 매대 판매였지만 백화점에도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를 키운 것도, 결정적인 순간 발목을 잡은 것도 캐릭터였다. 경쟁 업체에서 외국 캐릭터 회사에 “로열티를 3배로 올려줄 테니 우리에게 캐릭터를 달라”고 제의해 가로챈 것이다. 하루아침에 일감이 사라졌다.

박칠구 대표(60) 등 임원들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허탈함, 분노, 배신감을 토로하던 임원들의 발언이 서서히 바뀌어갔다. “사실 로열티를 내는 건 외화 낭비라 생각했습니다.” “시장에만 가도 ‘짝퉁’ 캐릭터들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는 오래갈 수 없었어요.” “캐릭터 손 모양 하나 바꾸는 데도 허락을 받아야 하니 비효율적입니다.” 드디어 ‘독창적인 디자인을 입혀야만 탄탄한 수익을 낼 수 있고, 회사가 큰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제는 실천이었다. 디자이너를 본격적으로 채용했다. 25명의 디자이너를 뽑아 1년에 두 차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으로 보내 2주일간 시장조사를 하게 했다. 1인당 700만 원가량 드는 비용을 중소기업이 감당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물러설 곳이 없었다.

디자이너들은 유럽 박물관에서 고미술품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다. 백화점은 물론이고 로드숍까지 샅샅이 훑으면서 향후 유행할 색깔과 스타일, 부자재를 조사했다. 서점에서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그림책을 물어 비결을 분석했다.

이렇게 직접 개발한 디자인들을 바탕으로 1998년 이 회사의 첫 브랜드 ‘무냐무냐’가 탄생했다. 연구개발은 계속 이어져 2004년에는 어린이용 타월 가운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10대 초반 여자아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디자인의 ‘프리틴(preteen)’ 속옷을 만들어 호응을 받았다.

현재 GB스타일의 무냐무냐, 첨이첨이, 쿠스쿠스 등 5개 브랜드는 국내 68개 백화점에 입점해있다. 박 대표는 “캐릭터를 빼앗겼을 당시에는 잠도 못 잘 만큼 힘들었지만 오히려 체질을 개선하고 회사를 키우는 기회가 됐다”고 돌이켰다.

○ 품질 기반으로 세계 진출


아무리 디자인이 좋아도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비자를 오래 잡아둘 수 없다. 박 대표는 “아이들 속옷은 피부에 1차 접촉을 하는 ‘제2의 피부’라고 생각한다. 이익도 중요하지만 품질 우선의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냐무냐 등 이 회사의 고급 브랜드 제품은 유기농 목화 등 천연재료를 엄선해 사용한다. 원사와 염색 재료도 피부에 자극이 없는 안전한 것을 고른다. 이 회사 강용운 상무는 “중국산보다 값이 15% 정도 비싸더라도 품질이 좋은 파키스탄이나 인도산 면을 쓴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소재를 응용해 제품을 만드는 데도 열심이다. 최근에는 발열 소재와 대나무 성분을 추출해 만든 원단, 면과 한지가 7 대 3의 비율로 섞인 내의를 선보였다. 다양한 소재를 적용하되, ‘10년을 입어도 똑같은 속옷’을 만드는 게 목표다.

중국 톈진(天津)과 상하이(上海) 등 8개 백화점에 진출한 GB스타일은 본격적인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해 12월 해외영업부를 신설했다. 특히 고급 내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올해 수출 목표는 200만 달러다. 박 대표는 “올해 중국에 지사를 설립해 현지 백화점 20개 이상에 입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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