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거래도 세금 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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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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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 총선공약 내걸어

보기 드문 비과세 혜택 때문에 ‘납세자의 천국’으로 불렸던 한국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 각종 자본 거래와 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를 일제히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대주주를 제외하고는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과세를 하지 않고, 파생상품의 경우에도 거래는 물론이고 소득에도 세금을 물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세제혜택의 폭이 현재 한국 금융업 발전 정도나 선진국들의 제도를 감안할 때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여야 모두 “금융과세 재정비”


5일 금융계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은 장내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0.01%의 세율로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 현재 코스피시장 상장기업 기준으로 ‘지분 3% 이상, 100억 원 이상 보유’ 주주에 한해 부과하는 주식양도차익 과세 기준도 ‘지분 2%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 보유’로 확대키로 했다.

이런 방향은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자문위원인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파생상품 거래세 및 주식양도차익 과세 확대 모두 민주당과 방향성은 비슷하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정해 최종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세제 개혁에 대한 여야의 견해가 일치된 만큼 총선 뒤 관련법의 개정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치권과 일부 금융 전문가는 “현재의 과세 체계가 자본시장의 태동기에 만들어진 만큼 현실에 맞게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는 1996년 코스피200 선물 거래가 시작됐을 때부터 비과세였고 주식양도차익 과세의 세율과 범위는 2000년에 조정된 뒤 10여 년 동안 유지돼 왔다.

정부도 이에 대한 보완책을 오래전부터 검토했지만 잇단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유야무야 흘러갔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단기성 외국인 자금이 과잉 유입되면서 금융세제 강화를 검토할 분위기가 다시 무르익었다. 한국의 파생상품시장 거래량은 전 세계의 27%로 압도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 외국인의 장기투자 유도


전문가들은 세제 개혁이 이뤄지면 헤지펀드 등의 단기투자로 인한 금융 불안을 어느 정도 막고 개인투자자들의 위험상품에 대한 무분별한 투기 열풍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금 규제가 강화되면 단기성 거래에 대한 거래비용이 늘어나 외국인의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파생상품 거래가 감소해 개인이 보는 손실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식양도차익 과세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에 부합한다”며 “다만 파생상품 거래세는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 세제의 강화가 외국인 투자를 감소시킬 수 있는 점, 양도차익을 일일이 과세하는 것이 적지 않은 비용을 수반한다는 점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홍범교 한국조세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현재의 주식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부과했을 때 세수가 늘어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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