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 ‘21세기 산업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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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등 0.001초 단위 쏟아지는 데이터 분석… 경영 ‘황금비율’ 찾아

국내 대표 굴뚝기업인 포스코는 2009년 말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인 SAS코리아와 손을 잡았다.

철강 생산의 전 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개선 대상 제품 비율을 ‘6시그마’(100만 개당 불량품 3.4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고객이 만족하지 못하면 개선 대상으로 보는데 2004년 당시 전체 제품의 15.9%가 이에 해당됐다. 이를 사실상 ‘제로’ 수준인 6시그마까지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실험은 장인의 경험에 의존하는 대신 실제 데이터를 분석해 최상의 철을 만드는 황금비율을 찾는 작업이라는 뜻에서 ‘빅 데이터 경영’으로 꼽힌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업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실제 데이터를 취합 분석해 최적의 업무 프로세스를 이끌어내는 ‘빅 데이터 경영’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정치 현장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해 민심을 읽어내는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경영 현장에서도 빅 데이터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SAS코리아 이진권 상무는 “빅 데이터 경영은 혁명에 견줄 만큼 기업 경영의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열쇠”라고 말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위키본은 22일(현지 시간) 빅 데이터와 관련된 컨설팅 및 정보기술(IT) 시스템 분야의 시장 규모가 올해 500억 달러(약 56조42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100만명 샘플’로 정하던 신용등급 범위… 이젠 ‘4000만명 빅 데이터’로 정교화 ▼

포스코는 현재 남미와 호주 광산의 상황과 런던금속거래소(LME)를 통해 수집한 광물 가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미래의 철광석 가격을 예측하고 있다. 이미 이 같은 분석을 통해 알루미늄과 니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포스코 프로세스혁신실 유한빈 팀장은 “자원 투기 세력의 개입으로 원료 가격 변동 폭이 워낙 크기 때문에 위험 관리 차원에서 데이터 분석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포스코는 고객사의 수요 데이터와 전 세계 철광산 및 현물거래소의 가격 데이터를 조합한 뒤 이를 비교해 철광석 구매의 최적 타이밍과 가격대를 찾아내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도 공정별로 어떤 온도, 습도, 압력에서 어떤 성분을 넣었을 때 실패하고 성공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고 있으며 이를 불량률을 떨어뜨리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엔지니어들이 보는 화면에 표시되며 최적 수준으로 제어된다.

유 팀장은 “수십만 가지의 세부 공정에서 0.001초 단위로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는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포스코에는 데이터 분석 관련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만 100명이 넘는다.

유전체 분석 전문회사인 디엔에이링크는 서울대병원을 통해 수집한 사람의 염기서열 데이터를 분석해 난치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빅 데이터 분석을 위해 올해 1PB(페타바이트·1PB는 약 100만 G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장치를 한국EMC에서 구매했다. 1PB는 고화질(HD)TV 영상을 13년 4개월간 볼 수 있는 정도의 분량이다.

국내 신용평가업체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IBM코리아와 협력해 빅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부분의 신용평가업체에선 100만 명 정도의 신용정보를 샘플로 추출한 뒤 평균값을 산출해 신용등급의 범위를 정한다. 반면 KCB는 약 4000만 명에 이르는 전체 회원의 신용 데이터를 분석해 정교하게 신용등급을 매긴다. 소매업체인 GS리테일도 제품 판매량과 소비자들의 동선 데이터 등을 분석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빅 데이터 경영이 뜨면서 관련 전문가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0년에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의 평균 연봉이 금융권 전문가들의 평균 연봉을 넘어섰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는 운영 연구 분석가의 평균 연봉은 2010년 기준 7만6980달러(약 8698만 원)로 같은 해 금융권의 평균 연봉(6만7690달러·약 7648만 원)보다 13%가량 높았다.

국내에서도 SAS가 주관하는 데이터 분석 자격증 취득자가 지난해 546명으로 5년 사이에 11배로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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