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vs 정부 ‘신용-경제사업 분리’ 막판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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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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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일 신용(금융)사업과 경제(농산물 유통)사업을 분리해 새로 출발할 예정인 농협중앙회가 정부의 출자 방식 및 규모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당초 정부는 농협에 ‘현물 출자 2조 원+농협금융채권 발행에 대한 이자보전 3조 원’ 등 총 5조 원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물 출자 대상과 방식에 대해 농협과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최근에는 ‘1조 원(현물 출자)+4조 원(이자 보전)’ 방안까지 내놓았다.

양측의 쟁점은 크게 △현물 종류 △현물 규모 △출자금 적용 대상 등 세 가지로, 농협은 21일 대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이번 주에 정부와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

○ 현물 종류


당초 정부가 2조 원을 현물로 지원하기로 하면서 농협은 줄곧 “유동화(현금화)가 쉬운 우량주식을 달라”고 요구했다. 즉 비(非)상장주보다는 상장주, 비금융주보다는 금융주를 달라는 것. 구체적으로는 정부(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주식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알짜 주식’은 내주기 곤란하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산은이나 기은 주식 대신 한국도로공사 주식 제공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주식이 우선주냐 보통주냐도 논란거리다. 농협은 정부가 농협이나 그 자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는 것을 우려해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갖기를 원하지만 정부는 보통주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 현물 규모


이처럼 이견이 계속되자 정부는 최근 농협 측에 현물 출자 규모를 2조 원에서 1조 원으로 줄이는 대신 이자 보전 규모를 3조 원에서 4조 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이는 당초 국회가 확정한 ‘2조 원+3조 원’ 방안과 다른 것이지만 정부와 농협 모두가 동의한다면 큰 문제는 없으리란 게 양측 생각이다.

농협 관계자는 “사실 농협으로서는 ‘1조 원+4조 원’ 지원방안이 더 매력적이지만 이 경우 1조 원에 해당하는 현물 출자는 반드시 유동성 높은 우량 주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자금 적용 대상


한편 정부는 현물 출자 규모가 어떻게 결정 나든 그 돈은 새로 생길 금융지주에 주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금융지주에 출자하는 쪽이 자금을 회수하기 쉬운 데다 정부가 금융지주의 지분을 일부라도 갖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농협은 정부가 지주사가 아닌 농협중앙회에 현물 출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협 관계자는 “그래야 농협이 지주사의 지분을 100% 갖게 돼 정부의 간섭을 안 받는다”며 “자율성 보장은 협동조합 정신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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