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숙련·저소득 ‘고졸의 덫’]<下>대졸 중심 기업-사회문화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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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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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임원 ‘별따기’… ‘희망의 문’ 더 넓혀라

지난해 11월 열린 서울시 고교전문인력 채용박람회에서 한 여고생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고졸 채용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졸 취업자들의 경력을 키워주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동아일보DB
지난해 11월 열린 서울시 고교전문인력 채용박람회에서 한 여고생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고졸 채용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졸 취업자들의 경력을 키워주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동아일보DB
지난해부터 정부가 고졸 채용을 독려하면서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다. 삼성, 롯데가 올해 고졸 채용을 지난해보다 1000명 늘리기로 했고 KT는 200명, 포스코는 100명을 더 뽑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많이 뽑으니 좋긴 하지만 ‘보여 주기’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취업 후 고졸자가 겪을 학력차별의 벽이 여전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반계고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다 군 입대를 앞둔 김민준 씨(22)는 “지금 반짝 많이 뽑아도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10년 뒤 직장에서 고졸과 대졸의 위상이 얼마나 차이가 날지 뻔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 대졸 중심 기업문화


대기업에서는 고졸 출신 임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화그룹에 3명, LG그룹과 CJ그룹에 각각 2명, 포스코와 GS그룹에 각 1명 정도다.

고졸 임원이 희박한 이유 중 하나는 승진이 느리다는 데 있다. 삼성그룹 제조업 계열사 소속 김보라(가명·34) 씨는 입사 18년차이지만 여전히 대리다. 김 씨는 대리로 승진하는 데도 12년 기다렸다. 대졸자라면 4∼5년 후 대리로 승진한다. 회사는 “고졸자라도 취업 후 5, 6년 지나면 대졸자와 똑같은 대우를 해준다”고 하지만 김 씨는 “고졸이 한 직급 올라가는데 삼수는 기본”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사내 교육을 받을 때도 고졸은 불리하다. 회사는 직원 교육비를 고용보험에서 환급받는데, 같은 돈을 들인다면 쓸모가 많다고 여기는 대졸자 중심으로 교육을 한다. 2010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직업훈련을 받은 횟수는 4년제 대졸 이상이 48%로 가장 높고 이어 전문대졸 36.9%, 고졸 21.8% 순이었다.

이 때문에 고졸 취업자들은 자신의 한계를 미리 그어놓고 중도 탈락하기도 한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뽑아놓고 몇 년 뒤 퇴사하는 고졸을 선발하면 인력운용에 차질을 빚을 것이 부담스럽다. 악순환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312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은 업무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입사 후 대학 진학을 위한 조기 퇴사’(15.1%), ‘남학생 군복무로 인한 인력운용 차질’(11.9%)을 꼽았다.

○ 고졸 위한 ‘경력사다리’ 보완해야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대졸자 중심의 기업 및 사회에서는 인위적으로 고졸 채용을 늘려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졸 취업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로 옮아갈 수 있는 ‘경력의 사다리’가 턱없이 취약한 현 구조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동향데이터분석센터장은 “고졸 취업자가 재직 중 경력계발을 할 수 있는 고졸 맞춤형 서비스를 확충해 고졸 고용시장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보험이 직원 훈련비를 회사에 환급하기보다 직원 개개인에게 바우처(서비스 교환권)를 줘 원하는 만큼 교육받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채 센터장은 “유럽 선진국에서는 직업훈련을 개인의 권리로 보는데 우리는 기업이 훈련 대상자를 결정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고졸 취업자 스스로 개인적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미 금오공고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미주개발팀 수석(부장급)까지 진급한 조기호 씨(44)는 “뭘 하든 10년은 해봐야 한다”며 “당장 임금, 대우가 좋지 않다고 다른 일을 찾기보다 계속 도전하고 노력하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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