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들이 두 주머니 찬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9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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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기 투자법 살펴보니

"코스피가 너무 잘나가 오히려 고민이 많으시죠? 이제 변화를 생각해봐야죠."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6층 프랭클린템플턴 자산운용 설명회장. 참석자들은 일반인들이 아닌 수억 원 이상 자산가를 상대하는 국내 시중은행의 내로라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이었다. 1월부터 증시가 상승랠리를 펼쳐 포트폴리오 개선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요청이 잇따르자 PB들이 'SOS'를 쳐 긴급 상품 설명회가 열린 것이다.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개인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안전하게만 운용을 하자니 아쉽고, 그렇다고 증시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에는 유럽 재정위기 등 '불씨'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자들은 반 박자 앞서는 법. PB들에 따르면 강남권 고액 자산가들은 안전자산에서 일부 자금을 빼 발 빠르게 '두 주머니' 굴리기에 나섰다. 큰 자산은 안전하게 묻어두되 소액 자산은 대안투자처를 이용해 수익을 노리기 위해서다.

●작은 주머니는 과감하면서도 스마트하게

서서히 '투자 페달'을 밟고 있는 고액 자산가들이 눈여겨보는 대표 상품은 해외 하이일드(high yield)채권 펀드다. 하이일드 채권은 말 그대로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채권이다. 신용도는 다소 낮지만 높은 금리를 챙길 수 있고 주식보다는 변동성이 낮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는 셈. 최근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7일 기준 3개월 수익률은 '골드만삭스 글로벌하이일드 C'가 5.62%, '블랙록 미국달러하이일드(H) A'가 4.53%를 나타내고 있다.

CTA(Commodity Trade Advisory·주로 원자재에 투자하며 헤지펀드 전략 구사)펀드도 '보험' 용도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주식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의 채권 통화 원자재 등 다양한 선물상품에 투자하는 CTA펀드는 가격의 방향성을 쫓는다. 상승 추세의 신호가 있을 때는 매수하고 하락 추세라고 판단되면 매도하는 전략을 사용해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강한 '추세'가 있으면 수익을 거둔다. 증시에 또다시 파고가 찾아올 가능성을 염두 해 둔 강남 자산가들이 CTA펀드를 찾는 이유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목동PB센터 박순현 투자자문 과장은 "자산가들이 큰 자금은 안정적으로 가되 자산의 5~10%는 리스크는 있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에 옮겨 담고 있다"며 "한 달 새 포트폴리오를 바꿔달라는 문의가 잇따랐는데 특히 미국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 증시도 주시하며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외면 받았던 자문형 종합자산관리계좌(랩 어카운트)에도 서서히 돈이 들어들고 있다는 귀띔이다.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조완제 팀장은 "증시가 상승세를 펼치자 고액 자산가들을 관리하는 SNI점포에서는 랩 어카운트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큰 주머니는 안전하게

'큰 주머니'에는 여전히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아두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 변수가 남아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30억 원 이상 자산가의 금융상품 보유 순위를 조사한 결과, 국채가 8309억 원(42.1%)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5월부터 판매된 미래에셋증권의 '월지급식 글로벌채권(브라질)'은 새해에도 뭉칫돈이 들어오면서 2월 현재 잔고가 5892억 원에 이른다. 유전펀드 '한국 ANKOR 유전자원개발펀드'는 15년 만기 상품인데도 연10%의 배당수익과 분리과세 혜택을 앞세워 6일간의 청약을 통해 2800억 원의 개인투자자 자금을 모았다. 신한금융투자 전현진 PB팀장은 "주가상승기에 진입은 했으나 투자심리가 덜 풀린 까닭에 여전히 '자산 지키기'에 관심이 많다"며 "월 지급식 ELS(주가연계증권)등으로 안정적으로 수익을 취하되 현금 비중을 늘리며 증시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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