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2차 구제금융 1차합의 실패… 그리스, 디폴트 벼랑 몰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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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봉기를 각오한 개혁 이행이냐 아니면 국가파산이냐.”

그리스가 드디어 디폴트(채무불이행)의 벼랑 끝에 섰다.

그리스 정부와 정계 지도자들은 정부와 ‘트로이카’(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가 합의한 2차 구제금융 대가의 조건들을 놓고 6일(현지 시간) 최종 담판에 돌입한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와 여야 대표들은 5일 5시간의 마라톤회담을 가졌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한마디로 트로이카의 요구조건이 너무 가혹해 그대로 수용할 경우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

총리실은 회동 후 “참석자들이 광범위한 사안들에 동의했으며 은행자본 확충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규모의 올해 추가 긴축에 합의했다”며 “견해차가 남아 있어 6일 재협상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담장을 나온 참석자들의 반응은 강경했다.

제1야당 신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당수는 이날 “그리스가 감당할 수 없는 긴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 라오스당의 게오르기오스 카라차페리스 당수는 “나는 궁핍에서 시작되는 혁명의 폭발에 기여하지 않겠다”며 “트로이카의 최후통첩에 항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20일 144억 유로의 국채 만기가 예정된 그리스는 야권 합의를 받아내지 못하면 1300억 유로에 이르는 2차 구제금융 협상이 불발돼 디폴트를 맞게 된다. 이 경우 최근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 수익률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등 간신히 안정 추세에 접어든 유럽 경제가 다시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로이카와 정부의 협상안 가운데 정치권이 가장 난색을 표하는 건 민간 부문 최저임금 20%(750유로) 삭감과 보너스 200% 폐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조차 트로이카에 ‘레드라인’(한계선)이라고 저항한 부분이다. 이 밖에 연금 15% 축소와 올해 공공 부문 1만5000명 감원이 추가 쟁점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임금 축소와 보너스 폐지는 노조는 물론 기업주들까지 “안 된다”고 나설 만큼 폭발력 있는 사안. 이 조건을 받아들이면 국민의 불만이 터져 민중봉기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퍼져 있다.

이와 관련해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6일자 독일 주간지 슈피겔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개혁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유로존 회원국의 연대 의무는 더 기대할 수 없고 새로운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며 “이는 3월에 그리스가 파산을 선언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융커 의장의 발언은 그리스가 1차 구제금융 제공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표시하는 동시에 야당과 협상을 해야 할 정부 입장에 힘을 실어주려는 태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부를 파장을 떠안기에는 그리스나 유로존 모두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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