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개선조치 유예 5개 저축銀 4개월째 ‘불안한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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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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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구직원 “걱정없다” 고객 “돈 옮길까 고민중”

19일 오전 11시 서울 시내 A저축은행 지점. 고객이 없어 10여 명의 직원은 일손을 놓은 채 TV를 보고 있었다. 기자가 정기예금을 알아보러 왔다고 하자 창구직원은 “금리가 높은 편이니 여윳돈을 넣어 두기에 딱 좋다”고 반색했다. 이어 “우리 저축은행은 아무 문제없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면서도 “가급적이면 5000만 원 이하로 나눠 예금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9월 7개 부실 저축은행의 영업을 중단시킬 때 경영개선조치를 유예한 5개 저축은행의 경영 상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국이 5개 저축은행별 건전성 검사결과를 분석해 다음 달 추가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지 말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설 연휴 직전 경영개선조치가 유예된 5개 저축은행 지점을 취재한 결과, 현장에선 ‘별일 있겠느냐’면서도 ‘혹시나’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 4개월째 ‘불안한 평화’

18일 오후 3시경 찾은 서울 강북의 B저축은행에는 20여 명의 고객이 상담 중이거나 번호표를 뽑은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모 씨(37)는 “이 저축은행은 탄탄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래도 혹시 몰라 2000만 원만 예금하려 한다”고 말했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안 좋은 소문이 많지만 우리와는 상관없는 얘기”라며 “분산 예금을 권하고 있어 고객들의 불안감도 크지 않다”고 했다.

일부 지점은 기자에게 재무상태와 관련한 상세한 정보를 주며 저축은행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려 애썼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증자와 자산매각 절차를 모두 끝내 금융당국이 요구한 기준을 모두 맞췄고 예금 수신과 인출도 평소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거래하는 저축은행의 영업이 중단돼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 원 이하 예금을 전액 돌려받으므로 불확실한 정보에 동요할 필요는 없지만 현장에선 일부 고객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8일 C저축은행 지점에서 창구직원과 상담하는 내내 아주 초조해했던 한 60대 여성은 “2000만 원 정도 넣어둔 정기예금을 얼른 빼러 왔다”며 “만기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이자를 손해 보더라도 마음이 편한 게 좋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강북의 D저축은행과 강남 E저축은행의 창구 풍경도 비슷했다. 한 고객은 “저축은행이 또 퇴출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아예 1금융권으로 예금을 옮길 작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공식적으로 어느 저축은행이 경영개선조치를 유예 받았다고 밝힌 적은 없지만 각종 소문으로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 5000만 원 넘는 예금은 쪼개야

당국은 대부분의 고객은 안전하지만 5000만 원 초과 예금자와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저축은행 후순위채를 매입한 고객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경영개선조치를 유예 받은 5개 저축은행에는 5000만 원 초과 예금자가 적지 않다. 이런 예금자들은 5000만 원 초과분만큼을 부분 해지해서 다른 저축은행 계좌에 넣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

5개 저축은행 중 후순위채 발행현황이 확인되는 3개 저축은행이 2008년 이후 판 후순위채는 2500억 원에 이른다. 후순위채를 당장 현금화할 방법은 없다. 다만 원금보장이 안 된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던 ‘불완전판매’를 입증하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절차를 거쳐 일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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