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세금 반환 줄소송 사태 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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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손실 난 펀드, 환차익만 떼내 과세는 부당”

김모 씨는 2007년 일본 펀드상품에 2억3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이듬해 주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폭이 4500만 원에 이르자 펀드를 환매했다. 하지만 돌려받은 돈은 1억6100만 원에 불과했다. 증권사가 환매액 중 1억5000만 원은 원-엔 환율이 오른 데 따른 환차익이라며 원천징수로 배당소득세 2400만 원을 뗐기 때문이다. 원금을 까먹은 것도 억울한데 세금까지 내는 건 잘못됐다고 판단한 김 씨는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주가 하락으로 해외펀드 투자에서 손실을 봤는데도 환차익만 따로 떼 과세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조일영)는 김 씨가 삼성세무서를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옛 소득세법상 과세 대상인 배당소득은 주가와 환율에 따른 손익을 합산해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투자신탁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 환차익만 구분해 배당소득이 발생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과세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2009년 12월 31일 이전 옛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세금을 물었던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잘못된 세금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통해 이미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2007년 6월 정부의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로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24조 원에서 1년 2개월 만인 2008년 10월 60조 원으로 2.5배로 늘었고, 이들 대부분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손해를 봤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해외펀드 투자자들의 줄소송 사태가 예상된다. 2009년 이전에 설정된 해외펀드 중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계좌 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200만여 개로 추산되고, 이 중 40만 개는 환차익 과세 대상으로 파악된다. 종합소득세 경정청구 기한은 3년이기 때문에 비슷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세금을 돌려받으려면 확정판결 전에 일단 세무서에 경정청구를 해야 한다. 논란이 된 매매평가손익(양도차익) 비과세 규정은 2009년 말 종료됐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행정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 방침을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해외펀드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해외 주식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매매평가손익만 비과세했다”며 “이 때문에 원금이 줄어도 환차익에 대해선 과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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