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세에 ‘동네빵집’ 1만4000개 몰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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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새 4000여 곳으로 급감
中企중앙회 “자영업 입지 줄어”

대기업이 자영업자 고유 업종으로 꼽히는 라면, 순대 등 분식점 업종에 대거 뛰어들어 자영업자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표적인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인 파리바게뜨의 점포 수가 지난해 3000개를 돌파한 반면 자영업자 제과점은 2003년 초 약 1만8000곳에서 지난해 말 4000여 곳으로 급감했다”고 16일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확장과 함께 대기업 오너의 자녀들이 커피전문점과 제과점을 결합한 이른바 ‘럭셔리 베이커리’ 사업에 진출한 것도 자영업 빵집들을 경영난에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계열사 보나비를 통해 커피전문점 ‘아티제’,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달로와요’, 롯데가의 3세인 장선윤 블리스 사장은 ‘포숑’이라는 브랜드로 베이커리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 계열 빵집은 브랜드 이미지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무기로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어 개인 사업자의 빵집에는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중기중앙회 측의 분석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제과점이나 커피숍은 서민 창업에 알맞은 업종이지만 대기업들이 오너 일가에 계열사를 안겨주기 위해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측면이 크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일반 음식점이나 분식집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LG그룹은 아워홈과 사보텐, LF푸드 등 계열사를 통해 라면과 순대 등을 팔고 있으며, CJ 역시 비빔밥 등 한식 사업에 진출했다. 대명그룹은 계열사를 앞세워 떡볶이 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중기중앙회 측은 “정부가 유통·서비스 분야에서도 적합업종 선정에 신속히 착수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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