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지각변동?… 세계 3위 日엘피다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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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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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 상환할 돈 없어 거래처에 자금지원 ‘SOS’
“투자 부족 경쟁력 상실… 삼성-하이닉스 반사효과”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메모리반도체(D램) 세계 3위 업체인 일본의 엘피다가 각국 거래처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엘피다는 현재 거래하고 있는 미국 대만 중국의 10개 정보기술(IT) 기업에 총 5억 달러(약 5750억 원)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5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엘피다는 4월에 회사채 450억 엔(약 6750억 원)과 금융기관 차입금 770억 엔(약 1조1550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 엔화가치가 사상 최고로 치솟고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악화된 실적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비상지원을 요청하게 됐다.

엘피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정부 산하 일본정책투자은행에서 공적자금 300억 엔을 출자받고 일본 내 14개 은행에서 총 1100억 엔을 차입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적자도 400억∼5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엘피다는 현재 거래처와 D램 장기 계약을 맺고 대금을 미리 지불받거나 자회사에 출자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는 엘피다의 지원 요청이 D램 업계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D램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약 45%의 점유율로 세계 1위이며 하이닉스, 엘피다, 미국의 마이크론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엘피다가 위기에 빠지면서 앞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거래업체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그만큼 신용도가 떨어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반도체 사업 경쟁력 저하가 계속되면서 엘피다와 낸드플래시 중심인 도시바 정도만 남은 상태다. D램 반도체 시황 악화는 세계 군소업체에 위협이 되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작년보다 투자 규모가 늘어날 것이 확실한데 엘피다는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해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부도 가능성은 적지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반사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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