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3마리 값이 등심 1인분 값이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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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축산농 “상경투쟁”식당 한우가격은 요지부동

“송아지 3마리 값이 등심 1인분 가격이라니 말이 됩니까?”

전북 정읍시 덕천면 도계리에서 400여 마리의 소를 키우는 김동규 씨(67)는 4일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이날 현재 육우 송아지 한 마리의 산지가격은 1만 원인 데 반해 한우전문점의 등심 1인분(200g) 가격은 3만 원이다. 축산농가가 등심 1인분을 사 먹으려면 송아지 3마리를 팔아야 하는 형국이다.

송아지값은 물론이고 도축 직전의 소값도 크게 떨어졌지만 음식점에서 파는 쇠고기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한우 암송아지 가격은 2010년 236만8000원에서 이달 4일 94만8000원으로 폭락했다. 큰 소 암컷(600kg)도 2년 전 524만8000원에서 369만7000원으로 값이 30%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취재한 결과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팔리는 한우 등심 1인분의 소비자가격은 평균 3만 원 안팎으로 2, 3년 전과 비슷했다.

음식점의 쇠고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데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우선 정부에선 음식 가격에서 차지하는 쇠고기 가격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음식점의 쇠고기 1인분 가격에는 쇠고기 외에도 음식점들의 자릿세나 인건비, 마진, 채소와 반찬값 등이 포함돼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실제 업주들을 만나 보면 한우 등심 1인분 가격 중 실제 쇠고기 가격은 30% 남짓이고 나머지는 자릿세나 종업원 인건비라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가격을 내리기는 쉽지만 다시 올리기는 어렵다는 점도 음식점들이 가격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 송파구 A고깃집 사장은 “불황이 길어지면서 등심을 주문하는 경우는 일주일에 두세 번뿐”이라며 “가격을 내린다고 갑자기 수요가 늘지도 않기 때문에 굳이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매상은 “소값에 따라 고깃값을 섣불리 내렸다가는 주변 업주로부터 항의를 받게 되고 나중에 소값이 올라 다시 가격을 올리려면 단골의 항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들이 가격 오르는 것만 기억하고 내리는 것은 기억하지 못하니 어쩌겠느냐”고 하소연했다.
▼ 복잡한 유통단계로 소비자價 ‘거품’ 안빠져 ▼

축산농가에서 소비자까지 적게는 5단계에서 많게는 8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유통단계도 쇠고기 가격에 거품을 끼게 하는 요인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쇠고기 가격 중 20∼30%를 유통 마진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우시장의 한 도매상은 “중간 유통단계를 생략한 대형 정육식당에서는 2급 한우 등심 200g이 8000원 정도”라며 “소매상들이 직접 우시장을 찾아와 도매상과 거래하면 소비자가격도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소매상들은 도매상이 산지 가격을 반영하지 않고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서울 종로구 B한우전문점 사장 김모 씨(69·여)는 “도매상이 매출을 유지하려고 부위별로 고깃값을 통제하고 조절한다”며 “이 때문에 갈비 등심 안심처럼 손님들이 많이 찾는 부위는 도매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한우협회는 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한우값 폭락 대책 마련과 암소 30만 마리 정부 수매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특히 이들은 이날 1000여 마리의 소를 끌고 가 ‘한우 반납시위’를 벌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30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우협회 광주·전남도지회 산하 22개 시군지부 회원 3000명 가운데 1000명도 이날 오전 지역별로 소를 트럭에 싣고 상경할 계획이다. 회원들은 경찰의 저지로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힘들게 되면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앞에서 모여 한우반납운동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다.

경찰은 상경투쟁을 원천 봉쇄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로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축산농가를 설득하고 있다”며 “만약 상경투쟁을 강행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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