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한마리 2년 키워 팔면 150만원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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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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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산 농가 하소연

사료값 인상에 한숨만… 전남 장성군 진원면에서 25년째 소를 키우고 있는 축산농민 임옥빈 씨가 텅 빈 사료 통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으로 젖소를 쓰다듬고 있다. 임 씨는 최근 계속된 사료값 인상으로 젖소들에게 먹일 사료를 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성=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사료값 인상에 한숨만… 전남 장성군 진원면에서 25년째 소를 키우고 있는 축산농민 임옥빈 씨가 텅 빈 사료 통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으로 젖소를 쓰다듬고 있다. 임 씨는 최근 계속된 사료값 인상으로 젖소들에게 먹일 사료를 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성=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수컷 새끼 젖소는 낳는 순간 애물단지입니다. 산 것을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해날 것이 뻔한데 비싼 사료를 계속 먹일 수도 없습니다.”

김기석 전북 정읍시 낙농협회 총무는 4일 젖을 뗀 지 일주일 된 새끼 육우(고깃소·거세한 수컷 젖소)는 한 마리에 1만 원을 줘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육우를 24개월 키우는 데 사료값이 350만∼400만 원 들어가는데 현재 큰 육우 한 마리는 230만 원밖에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2년 동안 육우 한 마리를 키우면 150만 원 이상 손해가 나는 셈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시설비를 감안하면 적자폭은 더 늘어난다. 일부 농가에서는 세 마리를 사면 한 마리는 덤으로 주거나 육우 송아지를 가져가는 사람에게 분유 한 포(20kg)를 얹어 주기도 한다.

그는 “설을 전후에 사료값이 오를 것이 뻔해 육우의 한우 둔갑이 심해지고 한우 농가까지 공멸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소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수매제를 시행해 개체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우의 장래 시장가격을 예상할 수 있는 송아지 가격도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2년 전의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2010년 280만 원까지 올랐던 송아지 가격은 지난달에는 116만 원 선으로 떨어졌고 그나마 거래가 없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축산농가들은 앞으로의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사실상 한우 사육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큰 한우(600kg)도 2년 전 635만 원에서 444만 원으로 30%나 폭락했다.

하지만 올해 국제 곡물가 급등과 환차손으로 25kg 기준 배합사료 가격이 1만 원에서 1만3000원으로 30% 올랐다. 지난가을 잦은 비로 소 먹이인 볏짚 수확량도 크게 줄어 풀사료 한 단 가격은 최근 7만 원 선으로 지난해의 두 배다. 한우 거래가는 갈수록 떨어지는데 사육에 필수적인 사료가격은 급등해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한우 100여 마리를 키우는 김동철 씨(전북 정읍시)는 이날 “송아지 한 마리를 사서 30개월 되면 출하하는데 생산원가보다 150만 원 밑지며 팔고 있다”며 “밀린 사료 대금을 갚으려면 소를 팔아야 하는데 사료값이 올라 팔수록 손해를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송아지 과열 입식은 기존 소 사육농가 외에 양계나 양돈을 하던 농민들이 수익성이 낮은 이들 가축 사육을 포기하고 별 경험도 없이 소 사육에 대거 뛰어들면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성 문제로 주춤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요도 점차 회복돼 소 사육 농가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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