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명품도 ‘K-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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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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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네오 럭셔리’ 핸드백, 유럽-아시아 시장 본격 노크

서울 강서구 공항동의 ‘쿠론’ 메인 공장에서 디자이너와 장인들이 제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12월 MCM이 홍콩 코즈웨이베이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임시매장), 프리미엄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펼치는 브랜드로 꼽히는 ‘빈폴액세서리’ ‘루이까또즈’의 주요 핸드백 모델들(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각 업체 제공
서울 강서구 공항동의 ‘쿠론’ 메인 공장에서 디자이너와 장인들이 제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12월 MCM이 홍콩 코즈웨이베이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임시매장), 프리미엄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펼치는 브랜드로 꼽히는 ‘빈폴액세서리’ ‘루이까또즈’의 주요 핸드백 모델들(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각 업체 제공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의 한 주택가 건물. 평범해 보이는 지하 사무실에 들어서자,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 시선을 붙잡았다. 빨강 초록 갈색 등으로 물들인 타조가죽과 소가죽 수십 장이 빨래처럼 매달려 있었다.

핸드백 제조업체 ‘진영’의 메인 공장인 이곳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직원들이 ‘장인’ 같은 섬세한 손놀림으로 가죽을 재단해 냈다. 곳곳에 위치한 작업대에서는 디자이너들도 함께 어울려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최근 한국발 신규 럭셔리 브랜드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핸드백 브랜드 ‘쿠론’이 제작되는 현장이다.

○ 네오 럭셔리(neo-luxury)의 부상


국내 디자이너가 만든 핸드백 브랜드 ‘쿠론’은 2010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 인수된 뒤 외형이 크게 성장했다. 연매출은 2010년 17억 원(매장 4개)에서 지난해 120억 원(매장 23개)으로 늘었다. 12개 매장 신규 오픈을 목표로 한 올해는 200억 원대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 현대백화점 전국 매장 기준으로 전년 대비 68% 성장해 국내 핸드백 브랜드 가운데 매출 신장률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성과의 배경에는 ‘한국식 스피드’가 있었다. 윤현주 디자인실장은 “쿠론은 제조 공장 내에 개발실을 둬 디자이너와 장인이 곧바로 소통한 뒤 제품 디자인에 재빨리 반영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핸드백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3일 본보가 주요 백화점의 지난해 국내 잡화브랜드 매출 실적 조사 결과 ‘쿠론’뿐 아니라 ‘호미가’ ‘루이까또즈’ ‘빈폴’ 등이 해외 명품을 포함한 전체 핸드백 상품군 신장률 대비 2∼3배의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도나 역사에서는 기존 명품 브랜드에 비해 떨어지는 ‘신인급’이지만 품질이나 디자인,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어 세계 시장에서 이들은 네오 럭셔리 브랜드로 분류된다.

○ 명품 마케팅 힘입어 세계로


김동일 롯데백화점 잡화MD팀 선임상품기획자는 “국내 브랜드가 해외에서 각광받기 위해서는 제품의 독창성과 프리미엄 이미지 관리가 필수”라고 말한다. 2006년 태진인터내셔널이 인수한 프랑스 브랜드 ‘루이까또즈’는 이런 점에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이 브랜드는 2009년 제작의 전 공정을 유럽에서 진행한 ‘파리컬렉션’을 출시하고 파리 마레지구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루이 14세가 살던 베르사유 궁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셉트’로 만든 파리 매장의 인테리어 매뉴얼은 서울의 매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제일모직의 ‘빈폴액세서리’는 조르조 아르마니 등 명품 브랜드에서 액세서리 디자인을 담당한 카를로스 오스만 등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명품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올해 네오 럭셔리 브랜드들은 본격적으로 세계인의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파리 런던 등 유럽에서 첫 매장 또는 전시회를 열면서 이목을 끈 뒤,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주로 내세우고 있다. 아시아는 최근 글로벌 명품 시장의 유일한 희망으로 꼽히고 있다. 한류로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높아진 아시아 국가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 핸드백이 과거와 같은 ‘디스카운트’가 아닌 ‘프리미엄’ 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해 런던과 파리에서 제품 전시회를 연 쿠론은 올 3월 파리 파크하이엇호텔에서 열리는 핸드백쇼 ‘방돔 럭셔리’에 초청됐다. 호미가는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홍콩에 단독 매장을 열 예정이다. 빈폴액세서리는 2013년 중국 내 단독 매장 오픈을 앞두고 빈폴 매장 내에서 이미 판매 중인 잡화 라인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35개국에서 2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MCM은 올해 추가로 40개 이상의 직영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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