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신도시 세계로 뻗는다]<上>베트남 하노이-호찌민 신도시 건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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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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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하면 코리아”… 설계서 관리까지 ‘토털 패키지’ 수출

《 국내 건설사들이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잇따라 신도시 개발사업에 나서고 있다. 신도시는 건설업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제조업 의료 등 다양한 업종을 동반진출시키는 ‘토털 패키지’ 수출상품이다. 도시 관리를 위한 해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 ‘21세기형 광개토대왕 프로젝트’로 불린다. 2회에 걸쳐 국내 건설업체의 신도시 수출 활약상과 보완과제 등을 짚어본다. 》
#1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구도심에서 서북쪽으로 6km 떨어진 떠이호떠이 지역. 도심에서 유일하게 남은 서울 여의도 크기의 논에 2011년 말 대규모 광고탑과 펜스가 설치됐다. 광고탑엔 ‘떠이호떠이(THT)개발법인이 이곳을 주거·업무·문화시설이 어우러진 신도시로 개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THT법인은 대우건설이 100% 투자해 설립한 회사. 하노이 시 투자건설국의 쩐득부 부국장은 “이 신도시는 하노이 최대 규모의 개발사업이자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사업”이라며 “한국의 신도시 개발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2 베트남의 ‘경제수도’ 호찌민 시에서 남쪽에 위치한 힙푹산업단지를 잇는 냐베 지역. 잡목이 무성하고 웅덩이 천지였던 이곳 입구는 최근 모래로 잘 다져진 거대한 공터로 변신했다. GS건설이 이곳에 350만 m² 규모의 신도시를 짓기로 하고 지난해 4월 본격적인 토지조성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형 신도시’ 개발 소식에 현지 업체들도 신도시 개발지를 따라 주택건설 계획을 쏟아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 한국 건설사가 자체 개발

베트남에서는 국내 건설사가 주요 신도시의 설계부터 인프라 조성, 시공, 자금조달, 관리·운영까지 도시개발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통째로 맡는 ‘한국형 신도시’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208만 m² 규모의 떠이호떠이 신도시에 베트남 최고층인 100층짜리 랜드마크빌딩를 비롯해 5500채의 아파트와 국제학교가 들어서는 주거단지, 업무·문화·상업지구를 개발하기로 했다. 베트남 건설국, 투자청 등 정부청사도 입주를 확정했다. 이권상 대우건설 개발사업본부 상무는 “대우가 현지에 가장 먼저 진출한 외국 기업인 점을 높이 사 베트남 정부가 ‘베트남의 월가’로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먼저 해왔다”며 “2006년 투자 허가를 받은 뒤 토지보상 문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지연되다 3월 기공식을 하고 첫 삽을 뜬다”고 말했다.

GS건설도 냐베 신도시를 주택 1만7000채와 초고층 오피스빌딩, 대형쇼핑몰, 컨벤션센터, 종합병원, 국제학교 등이 들어서는 복합신도시로 개발한다. 한국의 분당과 일산신도시 개발에 참여했던 국내 설계사무소와 엔지니어링업체가 마스터플랜 및 기본설계 등을 주도했다. 박봉서 GS건설 베트남개발담당 상무는 “우리가 부산에 9000여 채의 대단지로 개발한 ‘LG메트로시티’를 호찌민 시가 둘러본 뒤 신도시 개발을 맡겼다”며 “한국의 앞선 기술과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건설업계를 시작으로 한국 기업의 진출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학교, IT, 병원도 동반진출 모색

떠이호떠이 신도시엔 우수한 성적의 중고등학생을 선발해 교육하는 ‘한국형 영재학교’도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 한-베트남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가 베트남에 ‘선물’하는 영재학교다. 냐베 신도시는 국내 대기업 계열의 종합병원이 입주를 타진하기도 했으며 최근 호주국제학교의 개교를 확정지은 것을 비롯해 일본의 병원 및 학교도 먼저 찾아와 직접투자를 상담하고 있다. 신도시의 정보기술(IT), 통신 인프라 조성을 위해 떠이호떠이에는 KT 등이, 냐베에는 LG CNS와 LG전자 등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 상무는 “신도시는 도시 기능을 갖추기 위한 모든 것이 다 들어가야 한다”며 “한국의 주거, 의료·교육, IT문화가 한꺼번에 진출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생명력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못지않게 도시 안에 담을 콘텐츠가 중요하다”며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병원과 학교, 문화·쇼핑센터 등을 유치하기 위해 내년에 해외 로드쇼를 펼치며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두 신도시는 기업이 신도시를 다 지은 뒤 도시 운영·관리를 직접 하는 것도 특징이다. 시(市)가 담당해야 할 도시 치안이나 교통, 학교·병원 등의 공공시설 소유 및 관리 등을 민간기업이 하는 방식이다. 이미 호찌민 시에서는 대만 개발업체와 베트남 공기업이 합작해 조성한 푸미흥 신도시에서 전기공급, 치안 등의 도시 관리를 개발회사가 맡고 있다. 박 상무는 “국내에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도시 운영·관리 쪽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이 무궁무진하다”며 “다른 기업이 개발한 신도시도 넘겨받아 운영하는 등 앞으로 도시 매니지먼트 사업을 신사업으로 키우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노이·호찌민=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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