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자본주의’에서 길을 찾다]나라 잘사는데 국민은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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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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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5세 48명 ‘체감경제’ 심층면접

대한민국은 2011년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세계시장에서 1위인 ‘메이드 인 코리아’ 품목도 131개에 이르고 한국의 가요인 ‘케이팝(K-pop)’은 이제 세계인의 문화 코드가 됐다. 1인당 국민소득도 다시 2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달군 화두는 분노다. 온기가 돌지 않는 서민경기, 치솟는 물가, 가중되는 청년실업과 양극화 문제로 민심은 악화됐다. 높아진 분노의 파고는 대한민국의 경제정책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무상복지와 부자 증세, 대기업 규제 같은 각종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오히려 새로운 논쟁과 갈등만을 낳고 있다.

경쟁과 효율성을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는 이미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동아일보는 2012년 한국사회에서 분노가 희망으로 바뀌기를 기대하며, 공존공영을 위해 자본주의의 과실(果實)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공존 자본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본보는 우리 국민이 현 경제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리서치앤리서치(R&R)에 집단심층면접조사(FGI)를 의뢰했다. 학생과 직장인, 자영업자 등 ‘생활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참가자들은 한국의 경제에 낙제점을 줬다. 서울에 사는 25∼55세 남녀 48명이 매긴 한국 경제의 점수는 평균 52.7점이었다. 수우미양가로 따지면 ‘가’에 해당했다. 70점 이상은 9명인 반면 30점과 40점대는 14명이나 나왔다.

특히 이들은 “나라는 잘사는 것 같은데 국민은 불행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은데 양극화가 깊어져 국민들은 불행하다” “나라와 대기업은 뜨는데 대다수 국민들은 밑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심해지는 소득격차와 부족한 일자리, 부담스러운 사교육비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조사 참여자 중 30대 중반 이후 연령대는 대체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20대부터 30대 중반까지는 대부분 자신을 서민층이라고 인식했다. 최근 ‘2040세대’의 불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념적으로는 40, 50대 절반 이상이 스스로를 진보로 생각했다. 젊은층은 진보, 중장년층은 보수라는 단순한 공식으로는 한국인의 성향을 파악하기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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