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보다 더 위험한… ‘北 테마주’ 투자 주의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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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각종 ‘정치인 테마주’가 판친 데 이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북한 테마주’가 들썩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단기차익을 노린 단타매매가 성행하는 것이다. 방향성을 잃은 증시에 대한 불안감의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곧 거품이 꺼질 수 있는 단기 테마주에 눈길을 주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오히려 유럽 위기 등 전반적인 경제흐름에 초점을 맞춰 종목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 방산주-남북경협주, 급등 급락 요동


20일 증시에서는 방위산업주와 남북경협주, 식료품주 등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북한 테마주’의 주가가 요동쳤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안보 불안감에 방위산업주는 다시 급등했다.

무선통신장비업체인 휴니드테크놀로지스(휴니드)와 방산장비 제조업체 스페코, 방산용 전원공급기 제조업체 빅텍 등은 이틀 연속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무인항공기 제조업체 퍼스텍도 12.44% 올랐다. 반면 전날 상한가로 뛰었던 방독면 제조업체 HRS는 8.31% 급락해 대조를 보였다.

반면 남북경협주는 약세를 보였다. 대북 송전 관련주인 이화전기와 광명전기는 19일 크게 올랐지만 이날은 각각 2.57%, 1.57% 하락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좋은사람들과 로만손도 각각 3.24%, 1.54% 내렸다.

다른 ‘북한 테마주’들의 표정도 하루 만에 머쓱해졌다.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크게 올랐던 생필품 관련주는 일제히 내렸다. 상한가로 솟았던 삼양식품은 6.07% 하락세로 돌아섰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 이목이 집중돼 시청률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상한가에 합류했던 YTN도 20일에는 8.08% 떨어졌다.

기업실적에 바탕을 두지 않고 소문과 기대에만 기댄 ‘정치인 테마주’와 마찬가지로 ‘북한 테마주’ 역시 주가가 오를 근거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물론 방위산업주는 정치인 테마주보다는 실체가 있긴 하다. 하지만 방산 수주 등 실적에 근거하지 않고 단지 불안감에만 기대 오른 종목들은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 19일에서 20일 하루 만에 급등에서 급락으로 바뀌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 주가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

○ 정치보단 경제를 보라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증시가 곧바로 반등하기보다는 현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일시적 테마주보다는 긴 호흡으로 유럽 위기 등 경제흐름과 관련해 종목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외부환경 악화를 극복할 수 있는 대형 수출주와, 변동성 확대 국면의 대안으로 제 역할을 하는 경기방어주가 현 장세의 대안으로 주목된다.

우선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대형 수출 중심주가 주도주로 꼽힌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한 관련 리스크의 영향은 길어야 2∼3일로, 이에 따른 수혜주를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유럽 위기와 지정학적 위험 요인에 따른 원화 약세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IT와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가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혜택을 볼 수 있고 원화변동성이 심해져도 이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방어주도 단기 대안으로 꼽힌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위원장 사망으로 북한에 식량이나 비료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혜주를 찾기 어렵다”며 “불안한 장세에서는 외부 변수의 영향이 없어 변동성이 작은 업종인 통신, 전기가스, 보험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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