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빅4 ‘기술동맹’ 가속… 현대·기아車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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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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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업체 간의 제휴협력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과거 단순히 규모 확장을 위한 협력에서 벗어나 자동차산업의 핵심인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경쟁사끼리 손을 맞잡는 등 업계의 흐름이 전과는 180도 바뀌는 양상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동시에 신흥국 공략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업체들이 기술 제휴를 통해 타개책을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주요 글로벌 자동차업체 간의 잇단 제휴 체결을 관망하며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현대·기아자동차의 ‘기술적 고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자동차업체 ‘꼬리를 무는 동맹’


로이터통신은 10일 독일 경제주간지인 비르트샤프트보헤를 인용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 BMW가 수소연료전지차(FCEV) 분야 기술 제휴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FCEV는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반응시켜 발생하는 전기로 모터를 돌려 구동력을 얻는 차세대 친환경차다. 전기차의 단점인 짧은 주행가능거리를 극복했지만 동력의 핵심인 수소연료전지 가격이 비싸 아직 양산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외신에 따르면 앞서 미 정부의 친환경차 개발정책에 힘입어 이 분야 선도기술을 축적한 GM이 개발비용을 분담하기로 한 BMW와 손잡고 FCEV의 양산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BMW는 일본 도요타와 이달 초 친환경차 분야에서 중장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차세대 리튬이온전지 공동연구를 비롯해 도요타가 2014년부터 유럽에 판매할 모델에 BMW의 디젤 엔진을 탑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도요타는 8월 미국 포드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픽업트럭용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는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르노-닛산연합은 메르세데스벤츠를 보유한 독일 다임러그룹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확대해 2013년부터 닛산과 인피니티 차종에 벤츠 4기통과 6기통 엔진을 장착하기로 했다. 또 닛산은 일본 미쓰비시와는 경차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하고 신흥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을 세웠다. 폴크스바겐은 일본 이스즈와 트럭사업부문 합병을 논의 중이다. 생산대수 기준 세계 1∼4위 자동차업체가 모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제휴를 맺고 있는 셈이다.

올 3분기 기준으로 세계 자동차업계 순위는 1위 GM, 2위 폴크스바겐, 3위 르노닛산, 4위 도요타, 5위 현대·기아차, 6위 포드 순이다.

○ 업체 간 제휴 실패사례도 적지 않아


‘세기의 제휴’가 언제나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도요타는 1984년 GM과 합작해 설립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누미 공장을 작년에 폐쇄했다. GM의 파산 보호신청이 계기였지만 두 업체의 차종을 혼류 생산하는 방식 또한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미국과 중국에서 합작사업을 벌이던 일본 마쓰다와 포드도 결별했다. 폴크스바겐과 상호 출자협력을 맺었던 일본 스즈키는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이유로 지분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현대·기아차는 과거 포드 크라이슬러 미쓰비시 등과 제휴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주요 자동차업체와의 협력은 전무한 상태다. 자체적인 기술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현재 방침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주우진 교수는 “업체 간 제휴는 성공하지 못하면 역효과도 나올 수 있다”면서 “현대·기아차는 독자적 기술개발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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