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착한기업… 글로벌 소비자 ‘CSR’로 부드럽게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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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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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브라질서 불우청소년 교육 후원… LG전자, 저개발국 빈곤퇴치 운동…
현대車, 美 소아암 환자 돕기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실천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브라질의 마라톤 영웅 반데를레이 리마의 청소년 교육을 후원한다(위). 삼성전자 제공, 미국에서 14년째 소아암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미 의회 하원의원 77명으로 구성된 ‘소아암 코커스’가 올 9월 개최한 행사에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초대받았다(아래). 현대자동차 제공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실천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브라질의 마라톤 영웅 반데를레이 리마의 청소년 교육을 후원한다(위). 삼성전자 제공, 미국에서 14년째 소아암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미 의회 하원의원 77명으로 구성된 ‘소아암 코커스’가 올 9월 개최한 행사에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초대받았다(아래). 현대자동차 제공
삼성전자는 올 1월부터 브라질의 마라톤 영웅 반데를레이 리마(42)의 후원자로 나섰다. 리마가 자국의 불우 청소년 160여 명을 모아 축구와 육상 등을 가르치는 ‘리마 재단’에 운영 경비와 정보기술(IT) 기기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리마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에서 36km 지점까지 선두를 달리다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외치며 도로로 뛰어든 아일랜드인 종말론자에게 떠밀려 넘어졌던 인물이다. 그는 다시 일어나 3위로 완주한 후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위대한 올림픽 정신을 실천했으며 나를 밀친 관중도 용서했다”고 말해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삼성은 그간 각종 홍보자료에서 ‘월드 베스트(세계 최고)’라는 수사를 빼놓지 않던 기업이다. 그런 삼성이 은퇴한 브라질 마라토너의 스폰서를 자청한 것은 언뜻 보기에 생뚱맞다. 하지만 리마재단의 활동은 삼성의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의 주제인 ‘어린이에게 희망을(Hope for Children)’과 맥을 같이한다. 또 2000년대 중반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브라질은 1억9000만 명의 인구를 지닌 남미 최대의 시장이어서 삼성으로서는 꼭 잡아야 하는 시장이다. 리마는 삼성에 브라질인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인 셈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지 좋은 제품을 만들어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먼저 찾는 ‘착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 지속가능한 일류 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다.

LG전자는 전자기업답게 IT를 이용해 빈곤퇴치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 회사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손을 잡고, 자사의 ‘시네마3D’ 스마트TV를 통해 기아·빈곤 구제를 위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위피드백’ 앱을 업계 최초로 내놓았다. 시청자가 앱을 내려받아 기아 및 빈곤 관련 뉴스나 동영상을 본 뒤 신용카드로 기부금 결제까지 할 수 있게 했다. WFP는 이 기금을 케냐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지에서 인프라 구축, 무상 급식, 녹지 보존 등의 활동에 쓰고 있다.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의 소아암 환자 돕기 캠페인 ‘호프 온 휠스(Hope on Wheels)’는 CSR를 마케팅과 직접 결합한 경우다. 딜러가 차량 1대를 팔 때마다 14달러를 적립하고 현대차가 여기에 추가로 기부금을 보태는 매칭펀드 방식인 이 캠페인에는 현지 딜러 800여 곳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23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현대차는 미 의회 하원의원 77명으로 구성된 ‘소아암 코커스’가 올 9월 개최한 행사에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초대를 받는 등 이 캠페인의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대한생명 베트남 법인은 10월부터 임직원을 중심으로 헌혈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은 산업화 이전의 우리나라처럼 생계형으로 피를 파는(매혈) 경우가 많아 피를 뽑는 일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다. 그러나 대한생명 임직원들이 직접 헌혈 캠페인에 나서자 행사 당일 이를 보고 이 회사와 같은 건물을 쓰는 다른 현지 기업 직원 100여 명도 동참하는 등 큰 호응이 일었다. 대한생명 측은 “베트남 현지 언론에 헌혈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보도돼 우리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CSR를 실천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KOTRA가 지난해 말 10개 개발도상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210곳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지에서 CSR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40%인 84곳이었다.

조희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회공헌은 기업에 있어서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경영활동이 됐다”며 “사회공헌을 시혜적 ‘비용’이 아니라 사회와 기업의 가치를 함께 높이는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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