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비상수급 기간에도 서울 명동은 불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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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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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안진 오후 4시부터 네온사인 번쩍번쩍

올겨울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5일부터 ‘겨울철 전력 비상수급기간’이 시작됐다. 하지만 6일 오후 6시경 서울 명동거리 곳곳에는 화려하게 불을 밝힌 네온사인이 즐비했다. 대부분의 상점 주인은 오후 5∼7시에는 네온사인 조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규제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올겨울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5일부터 ‘겨울철 전력 비상수급기간’이 시작됐다. 하지만 6일 오후 6시경 서울 명동거리 곳곳에는 화려하게 불을 밝힌 네온사인이 즐비했다. 대부분의 상점 주인은 오후 5∼7시에는 네온사인 조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규제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6일 오후 4시 반, 서울 중구 명동거리.

정부가 정한 ‘겨울철 전력 비상수급기간’(5일∼내년 2월 29일) 시행 이틀째인 이날 거리에는 올겨울 전력 부족으로 인한 블랙아웃(대규모 동시 정전) 위기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상점들은 입구에 대형 온풍기를 켜둔 채 문을 활짝 열어 놓았고 점원들은 반팔 유니폼을 입은 채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이날 도심은 오후 5시 반이 지나서야 어둑어둑해졌지만 거리의 네온사인은 이미 오후 4시부터 번쩍거리고 있었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15일부터 이런 상점들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하지만 이를 계도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식경제부가 2일 내놓은 절전 규제방안이 ‘말뿐’임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 문 활짝…실내온도는 27도 육박

전력 비상수급기간은 올겨울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5일부터 시작됐다. 비상기간에 백화점 호텔 대형마트 등 중대형 건물은 실내 난방온도를 20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겨울까지는 478곳의 대형 건물만 20도 이하 유지 규제를 받았지만 올겨울부터는 전력소비량이 100kW 이상 1000kW 미만인 건물 4만7000여 곳이 모두 이 규제를 받는다. 5층 규모의 은행 등 중형 건물이 이에 해당한다.

비상기간에는 네온사인 조명도 제한된다. 정부 규제안에 따르면 상점들은 올겨울 내내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는 절대 네온사인을 켜면 안 된다. 7시 이후에는 켤 수 있지만 업소당 1개만 허용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 대책들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 백화점 등 대부분 상점 20도 넘어 ‘단속 대상’


이날 기자가 에너지관리공단이 온도 단속을 나갈 때 쓰는 전자식 정밀온도계를 사용해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밀리오레 등 명동의 주요 건물을 돌아본 결과 온도 20도 이하를 지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롯데백화점의 실내온도는 22.1도, 신세계백화점은 22.8도였고 밀리오레는 무려 24.7도를 나타냈다.

중형 건물의 실내온도도 마찬가지였다. 유니클로 플래그십 스토어(21.7도)와 4층 규모의 커피빈 매장(22.7도), 자라 매장(20.9도)은 모두 20도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명동의 한 올리브영 매장은 매장 전면 문을 완전히 개방한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7도의 찬 공기에도 매장 안 온도는 무려 26.7도를 나타냈다.

○ 오후 4시부터 네온사인 ‘번쩍’

이 같은 중대형 건물의 공통점은 시스템에어컨을 통해 냉난방을 컨트롤한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대부분의 건물에 적용된 시스템에어컨은 건물 천장 등에 내장할 수 있어 외관상 아름답고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그러나 소비전력은 어마어마해 전기장판의 25배, 전기히터의 16배에 달한다. 이런 시스템에어컨은 전국에 약 350만 대가 설치돼 있는데 이 때문에 난방용 전력은 매년 원자력발전소 5기 분량(500만 kW)씩 증가하는 실정이다. 네온사인 규제 준수 현황도 난방과 다르지 않았다. 정부가 네온사인 점등을 규제하는 것은 네온사인이 일반 간판보다 전력소비가 8배나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동거리의 노래방 호프집 마사지숍 등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가 지지도 않은 오후 4시 반부터 네온사인을 켠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 단속 맡은 지자체 “비현실적”


이에 대해 지경부는 “계도기간에 각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전력 등이 열심히 홍보하면 절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이번 비상기간에 계도 및 단속업무를 맡게 된 지자체들의 말은 달랐다. 7일 명동을 담당하는 중구청 관계자는 “6일에야 갑자기 ‘절전 홍보와 단속을 진행하라’는 공지를 받았는데 너무 촉박하다”며 “계도기간은 8일밖에 안 남았고 이후에는 단속을 해야 하는데 단속 대상도, 필요 인원도, 필요 장비도 확정되지 않아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까지 중구청이 파악한 관내 단속 대상 건물은 650곳이었는데 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한 명뿐이라고 했다.

절전에 대한 계도도, 실효성 있는 단속 방안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 4만7000여 곳 건물과 사업주들은 15일부터 무작위 단속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난방 온도나 네온사인 점등 규정을 위반하면 최초 적발 시 5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2차 적발 시 100만 원, 3차 적발 시 200만 원을 물어야 한다. 4차 이상 적발되면 적발될 때마다 매번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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