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입차 파손 수리비, 웬만한 국산 중형차 1대 값…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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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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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뒷유리 값 238만원… 에쿠스의 42배■ 수입차 부품값 ‘배보다 배꼽’

회사원 A 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의 독일제 승용차 BMW 750Li를 타고 굽이진 길을 달리던 중 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벽에 부딪쳐 차량 전면부와 하체가 일부 파손되는 사고를 겪었다. A 씨는 차량 수리를 위해 서비스센터를 찾았다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리비에 크게 놀랐다. 부품 가격과 공임비를 합한 총수리비가 4106만 원이나 청구된 것. A 씨는 보험으로 이 차를 수리한 뒤 중고로 처분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가격을 국산차와 경쟁이 가능한 수준까지 낮추고 시장 공략에 한창이지만 차량 수리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비가 높은 가장 큰 원인은 부품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다. 일부 품목은 동급 국산차와의 가격 차가 수십 배에 달한다.

○ 신차 가격 낮추면서 부품 비싸게 팔아

7일 동아일보가 주요 자동차 업체 및 부품 업체들을 통해 입수한 주요 국산·수입차 업체의 사후처리(AS) 교체용 부품 가격 목록에 따르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차량인 S클래스의 뒷유리 공급 가격은 약 238만 원. 차체 크기나 배기량 기준으로 동급 국산차인 현대자동차 에쿠스 뒷유리 가격(5만6000원)의 42배가 넘는다. 사고 손상이 잦은 앞유리 가격은 약 196만 원, 앞범퍼는 약 112만 원에 달했다. 두 차종의 신차 가격 차이를 감안해도 큰 차이가 난다.

다른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유럽산 고급차 브랜드인 벤츠 BMW 아우디 등의 부품 가격은 국산 동급 차종보다 평균 4∼5배 비싸다. 수입차 업계는 부품 가격이 높은 이유가 “현지에서 순정 부품을 직수입하는 과정에서 물류비와 관세 유통비가 더해지고 부품 원가도 비싸기 때문”이라며 “경제력이 있는 소비자들이 충분히 이를 감안하고 차를 구입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수입차 업체가 신차 가격은 낮추면서 연 판매 10만 대, 누적 운행대수가 60만 대에 이르는 수입차의 교체용 부품 가격을 높게 책정해 생기는 마진으로 수익을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이 최근 보험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차의 국내 부품 공급 가격은 해외 현지보다 평균 1.4∼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우디 A6의 에어컨 팬은 독일에서 26만5000원(2011년 9월·유로당 1560원 기준)이지만 한국에서는 64만3000원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수입차 부품이 비싼 것은 불투명하고 독점적인 유통구조 때문”이라며 “관세와 유통비를 더하더라도 과도한 폭리를 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보험료 부담 크고 중고차값 하락

비싼 부품 가격은 수리비 증가뿐 아니라 보험료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보험개발원이 국내 11개 보험사가 지급한 수리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수입차 수리비는 국산차보다 평균 5.4배(2009년 기준) 높았다. 수입차 판매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지난해 보험사가 지급한 수입차 수리비 보험금은 전년 대비 32% 늘어난 6000억 원에 달했다. 수리 인건비인 공임비는 국산차가 시간당 2만1000∼2만4000원, 수입차는 4만2000∼6만3000원이었다.

수입차는 사고 시 높은 수리비로 ‘애물단지’가 될 때가 많아 중고차 시세도 낮은 편이다. 중고차 업체인 SK엔카 임민경 팀장은 “대형 수입차 중고 가격은 신차 출시 3년 후 50% 이하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수리비가 비싼 것은 국내 공식 딜러가 부품 가격을 결정하고 정식 서비스센터에만 이를 공급하는 독점적 공급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정식 서비스센터에서는 순정부품 사용만을 강제하고 있어 가격이 싼 호환 부품으로 수리를 하기도 어렵다. ‘수입차 수리비는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는 배경이다.

산업연구원(KIET) 이항구 팀장은 “수입차 업체들이 최근 판매 확대를 통한 양적 성장에 치중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높은 수리비 등 AS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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