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심포지엄 참석 하월리 교수 “기업지배구조 허약, 유럽 재정위기의 한 원인”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기관들 투자 키워드 삼아야”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제임스 하월리 세인트메리대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해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은 ‘기업지배구조’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제임스 하월리 세인트메리대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해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은 ‘기업지배구조’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유럽의 금융기관들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이나 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한 점도 이번 유럽 재정위기의 한 원인입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주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제임스 하월리 세인트메리대 교수는 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유럽발 금융위기는 금융기관들의 지배구조(거버넌스)와 무관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하월리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위기 상황이 닥치자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갖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 후 미국 금융기관들은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듯 보였지만, 유럽의 금융기관들은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을까. 그는 장기적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며 리스크를 분산해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이야말로 ‘기업 지배구조’를 투자 키워드로 삼을 수 있다고 봤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며, 어떤 이사회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등 기업 지배구조를 보고 투자하는 헤지 펀드가 늘고 있습니다. 기관투자가들도 기업 지배구조에 근거한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된다면 기업들도 지배구조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될 것입니다.”

하월리 교수는 다수 기업에 두루 투자하면서 글로벌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기관투자가를 ‘유니버설 오너’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그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국민연금을 둘러봤는데 무엇보다 그 투자 규모에 놀랐다”며 “국민연금과 같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만한 규모의 기관투자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개인의 노후자금으로 쓰이는 재원을 책임진다는 면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 한국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줄이고 시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 시장을 잘 알지 못해 조심스럽다”면서도 “한 투자 주체가 시장을 흔들고 지배할 수 있는 만큼의 힘을 가지는 것은 위험할 수 있을뿐더러 국민연금 스스로도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운용 실적과 관련해서는 “지금과 같은 글로벌 침체기에 아무리 기관투자가라고 해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란 쉽지가 않다”며 “투자 성적에 대한 감독과 평가가 필요하겠지만 1, 2년의 부진 때문에 투자방향을 바꾼다면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