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지수 기준서 ‘금반지’ 빼자 물가상승률 0.4%P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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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거래 줄어든 현실 반영”… “정부 목표 맞추려는 꼼수”


정부가 12월부터 바뀌는 소비자물가지수 대상에서 금반지를 빼기로 하자 ‘올해 물가 목표를 억지로 맞추려는 꼼수’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생활패턴의 변화에 맞춰 조사하는 소비품목을 바꾸는 것은 5년마다 이뤄지는 물가지수 정기 개편이지만 올해는 금반지 때문에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 금반지(24K 순금)를 조사 대상에서 빼면서 물가상승률이 0.25%포인트나 낮아졌고 결과적으로 10월 물가상승률(4.4%)이 새 기준으로 4%로 집계돼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3±1%)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물가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지수 개편이라는 꼼수를 서둘러 꺼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이에 대해 우기종 통계청장은 “금반지 등 일부 품목이 오히려 물가지표를 왜곡시켜 왔다. 현실감 있는 물가지수 작성을 위한 작업”이라고 해명했다. 지수 개편에 참여한 이한식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수 개편으로 하락효과가 발생한 것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고 주장했다. 꼼수인지 오비이락인지 당장은 알 수 없지만 가뜩이나 물가지수가 현실 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새로 작성되는 물가지수가 오히려 물가상승률을 낮춘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 금반지, 소비재인가 투자 자산인가


이번 물가지수 개편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는 금반지다. 우리나라가 물가지수 작성을 시작한 1948년 이후 63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조사해 온 품목이다. 2004년 3.75g에 6만3000원이던 순금 값은 29일 기준 25만 원(한국금거래소 집계)으로 올랐다. 통계청 조사에서 금반지 값은 8월 29%, 9월 36%, 10월 29%씩 올라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정부로서는 별로 소비도 안 되는 금값이 물가지수를 끌어올리는 게 못내 억울했다.

통계청은 금값을 물가지표에서 뺀 가장 큰 이유로 금이 더는 소비재가 아니라는 점을 꼽았다. 유엔 국민소득 편제기준에서도 금은 자산으로 구분돼 소비지출에서 제외됐고 이에 맞춰 한국은행은 2008년 국민계정 개편 때 금을 자산으로 분류했다. 또 금값이 워낙 많이 올라 과거 돌반지 선물용으로 널리 쓰였을 때처럼 소비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물가지표에서 빠진 주된 이유다.

과연 그럴까. 귀금속 판매상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라고 말한다. 올해 6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3.75g 금반지를 대신할 1g 금반지를 한국귀금속판매중앙회와 함께 선보였는데 한 달 만에 2만9000개가 팔렸다. 3.75g짜리까지 합치면 판매량은 12만5000개에 달한다. 노석환 귀금속판매중앙회 홍보실장은 “3.75g 금반지는 과거보다 분명 덜 팔리지만 1g 금반지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매월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자산으로서의 자격도 충분하지만 국내에서 금반지는 투자 용도보다는 소비 용도로 더 많이 활용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 청장은 “금반지는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의 물가지수에서 빠져 있다. 금반지 대신 14K 이하 장신구가 포함돼 통계의 현실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 스마트폰 포함되고 캠코더 빠져


일부 품목은 가중치가 바뀌었다. 전월세는 97.5→91.8로, 쌀은 14→6.2로 크게 낮아졌다. 반면 구내식당 식사비는 15.7에서 19.2로 가중치가 높아졌다. 올해 크게 물가가 오른 품목은 가중치가 떨어진 반면 물가가 제자리인 것은 가중치가 높아진 것이다. 물가가 올라 소비가 줄었는데 이것이 되레 가중치를 떨어뜨려 현실보다 물가상승률을 낮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계청은 “새 가중치 산정 기준이 되는 시점이 작년인 2010년이었기 때문에 올해 큰 폭으로 오른 품목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3년 뒤 새로 가중치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물가지수 조사 대상 기준은 매월 소비지출액의 1만분의 1(212원) 이상 지출하는 품목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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