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보다 액세서리가 더 똑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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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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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식용에서 첨단 IT기기로 변신

팔찌로 신체의 움직임을 측정해 건강관리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국 조본사의 스마트폰 액세서리. 11월 미국에서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조본 홈페이지
팔찌로 신체의 움직임을 측정해 건강관리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국 조본사의 스마트폰 액세서리. 11월 미국에서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조본 홈페이지
직장인 김민수 씨(35)는 지난 토요일 오후가 돼서야 잠에서 깼다. 주말 직전이라며 과음했던 탓이다.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 ‘아이폰’으로 숙면 시간을 확인했다. 침대에서 10시간은 넘게 잤는데, 숙면 시간은 2시간에 불과했다. 김 씨의 스마트폰은 김 씨의 수면 패턴을 분석했다. 과거의 수면 기록을 찾아보니 잠을 푹 잔 숙면 시간이 평균 3시간에도 못 미쳤다.

“술자리를 줄이자.” 김 씨는 결심했다. 그러고는 운동을 하러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김 씨의 스마트폰은 원하는 대로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 1시간 동안 시속 6km로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운동을 마칠 즈음, 팔찌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곧이어 스마트폰 화면에 오후 8시에 여자친구와 약속이 있다는 내용이 나타났다.

김 씨는 아이폰에 미국 ‘조본’사의 스마트폰 액세서리 ‘조본 업’을 달아놓았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팔찌다. 하지만 해외 인터넷쇼핑몰에서 산 이 팔찌 하나의 값은 99달러(약 12만 원)다. 움직임을 체크해 밤새 뒤척여 숙면을 못한 사실도 파악해주고, 만보계처럼 움직임을 감지해 걷기 정보도 알려준다.

○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

스마트폰 2000만 대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액세서리들은 초기엔 단순히 액정보호용 필름이나 케이스 등이었지만 최근에는 조본 업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춘 기기로 변화하고 있다. 액세서리 자체가 이미 최첨단 정보기술(IT) 제품인 셈이다. 건강관리를 위한 제품 외에도 스마트폰으로 좀 더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해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국내 벤처기업인 자람테크놀로지는 PC의 키보드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이지블루’를 15일 선보였다. 겉보기에는 USB 메모리처럼 생겼지만 PC에 꽂으면 PC의 키보드가 블루투스 무선 통신 기능으로 스마트폰과 연결돼 마치 스마트폰의 키보드처럼 작동한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유통업체인 두고테크의 윤상덕 이사는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성능이 PC와 동일하기 때문에 다른 IT 기기와 무리 없이 연결할 수 있다”라면서 “제품 하나에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에 이르는 액세서리도 나오지만 차별화된 기능만 있으면 소비자들이 망설이지 않고 지갑을 연다”고 설명했다.

○ 알고 보면 국산 제품

KT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은 5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1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보급대수가 2000만 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1인당 스마트폰 액세서리에 평균 2만5000원을 쓰는 셈이다.

두고테크에 따르면 미국의 아이폰 소비자 가운데 70%가 2009년에만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사는 데 13만 원 이상을 썼다. 특히 이들 가운데 20%는 기기 값보다 더 많은 금액을 액세서리를 사는 데 쓴다는 통계도 나왔다.

이렇게 화제를 모은 스마트폰 액세서리 제조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 업체다. 2009년 말 아이폰이 처음 한국에 수입됐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액세서리 제조업체는 미국의 3M이나 벨킨 같은 회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기업도 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3M과 벨킨의 액세서리 가운데 상당수가 국내 중소기업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체 브랜드가 없다는 점에서 제조 품질은 높아졌지만 성장이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OEM 액세서리를 만드는 자람테크놀로지의 백준현 사장은 “중소기업이 자체 브랜드로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굉장히 어렵다”라면서 “기업 간 공동 브랜드를 만들거나 대기업과 동반성장 형태로 해외에 함께 진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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