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외환銀 인수’ 勞勞갈등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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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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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문제를 둘러싸고 하나은행 노조와 외환은행 노조가 줄곧 대립해온 가운데 이 문제가 하나은행 노조와 금융노조 간 대립으로 번지는 등 금융권 노노(勞勞) 갈등이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하나은행 노조가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의 뜻과는 번번이 다른 길로 가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금융노조에서의 제명도 불사하겠다”고 밝히자 하나은행 노조는 “개별 노조 간 문제가 있을 때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금융노조가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 들고 있다”며 맞서는 형국이다.

김 위원장은 14일 금융노조 회의에서 “하나은행 노조의 행동이 금융노조의 일원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최악의 경우 하나은행 노조를 제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금융노조 간부들이 ‘하나은행 노조와 좀 더 대화해보자’고 했지만 위원장의 뜻이 워낙 확고했다”며 “반면 하나은행 노조는 ‘이런 상황이라면 위원장이 제명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금융노조를 탈퇴하겠다’고 반발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금융노조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뜻을 밝힌 뒤부터 인수가 한국 금융발전을 저해하고 외환은행 직원들의 고용 불안을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강력 반대해왔다. 금융노조가 3월 인수를 반대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한 뒤 하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내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금융노조는 성명서를 내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하나은행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여기에 외환은행 조합원들은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등에서 수차례 인수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이때마다 두 은행 조합 간의 몸싸움도 심각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노조와 하나은행 노조가 대립하는 또 다른 이유를 제기하기도 한다. 서울은행 출신인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같은 서울은행 출신이었던 양병민 전 금융노조 위원장과 각별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산업은행 출신인 김문호 현 위원장이 취임하자 반(反)김문호 노선으로 돌아섰다고 금융노조 일부 관계자는 지적했다. 여기에 하나은행 노조가 월 2000만 원에 이르는 금융노조 회비를 1년간 연체하다 최근 뒤늦게 절반만 납부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김문호 위원장이 이를 묵과할 수 없다며 나섰다는 것.

김문호 위원장은 “성명서 게재, 회비 연체 등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창근 위원장은 “외환 노조가 인수 반대 시위를 벌이거나 영업을 방해하는 행동에 대해 한번도 금융노조가 문제를 삼은 적이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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