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포럼 2011]‘CSV’ 선도 글로벌 기업들 “기업-사회 함께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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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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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포럼 주제 ‘공유가치 창출’ 선도기업들

일본 스미토모화학은 2000년대 초반 신제품 모기장인 ‘오리셋넷’을 개발했다. 표면에 인체에 해롭지 않은 살충 처리를 해 주변의 모기까지 쫓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오리셋넷은 아프리카에서만 매년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 ‘해결사’로 주목을 받았다. 2005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여배우 샤론 스톤은 “살충 처리 모기장을 아프리카에 기부하자”고 즉석에서 제안해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타임지는 오리셋넷을 2004년 가장 우수한 발명품으로 꼽았다. 스미토모화학은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현지에 오리셋넷 생산을 맡겼다. 연간 3000만∼4000만 장의 오리셋넷이 생산되자 약 4000명의 일자리가 생겼다. 아프리카의 빈민과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도 말라리아의 공포에서 한 발짝 비켜설 수 있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사회문제 해결에 팔을 걷고 나섰다. 동시에 새로운 성장 기회도 찾고 있다. 기업과 사회가 함께 이익을 얻는 ‘공유가치 창출(CSV)’ 혁신이다.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가 12월 6일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 등을 초청해 개최하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의 주제인 CSV와 관련해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움직임을 전한다.

○ 아프리카, 인도는 CSV 경연장

CSV는 포터 교수와 마크 크레이머 FSG 대표가 제안한 새로운 개념이다. 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려면 번 돈의 일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식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이 강점을 갖고 있는 혁신 역량을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한다면 새로운 시장도 생기고, 사회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빈곤, 주택, 식수, 일자리 등의 각종 사회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아프리카, 인도 등 저소득층 시장은 CSV의 실험장이다. 수질 정화제 생산회사인 포리굴은 ‘전 세계에 안전한 생수를’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멕시코, 방글라데시, 중국 등 수질 상태가 나쁜 지역에 저렴한 값에 생수 정화제를 판매하고 있다. ‘포리굴 레이디’로 불리는 방문판매 방식도 도입했다. 열악한 현지 유통망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일감이 없는 여성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가 됐다. LG생활건강, 힌두스탄유니레버도 각각 베트남, 인도 시장에서 이런 이유로 여성 방문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네덜란드 생명공학 업체인 로열 DSM N.V는 미네랄과 비타민 등이 풍부한 쌀을 개발했다. 빈곤층의 주식이 쌀이기 때문에 쌀의 영양을 강화하면 빈곤층의 영양실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 선진국의 에너지, 환경, 보건의료도 CSV 대상


선진국 시장도 CSV 활동의 대상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낙후된 중국의 의료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저가의 휴대형 초음파진단기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으로 역수출돼 큰 인기를 끌었다. 선진국 시장에서도 에너지, 환경, 보건의료 문제는 CSV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인텔과 IBM은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GE는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생태를 뜻하는 ‘Ecology’와 상상력을 의미하는 ‘Imagination’을 결합한 신조어로 GE가 추진 중인 환경보호 관련 사업 전략임) 사업이 앞으로 5년간 기업 내 다른 분야의 매출보다 2배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도시 빈민층 문제가 심각하다. 웰스파고는 고객의 재정 상태를 개선하고 신용을 관리해 부채 상환을 돕는 상품을 개발했다.

지속가능한 농법도 CSV 혁신의 원천이다. 월마트는 농민 100만 명을 대상으로 작물 선택과 지속가능한 농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100만 명의 중소 농가가 생산한 농산품 1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다.

○ 영리, 비영리의 경계 무너져


기업은 수익성을, 정부나 비영리단체는 공익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기업은 수익의 일부를 세금이나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정부나 비영리기구는 이런 자본을 공익사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CSV는 민간기업과 비영리단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수익성과 공익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민간기업과 비영리단체 간의 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포터 교수는 “100% 비영리 프로그램은 외부의 자금 지원이 끊기면 살아남지 못한다”며 “반면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은 훨씬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영리단체인 아쇼카재단은 인도에서 주택건설회사, 대출기관과 손을 잡고 저렴한 신규 주택 공급 사업을 시작했다. 멕시코에서는 가난한 농부들이 관개시스템을 설치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비영리단체와 기업이 손을 잡고 관개시스템 보급에 나섰다. 이 결과 농부들의 수입이 3배로 늘었다. 벤처캐피털도 CSV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도, 필리핀 시골 주민 100만 명에게 저렴한 값에 정수된 물을 공급하는 기술을 개발한 워터헬스인터내셔널에는 비영리 벤처펀드인 어큐민펀드, 다우케미컬벤처펀드, 국제금융공사 등이 투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 창출) ::


CSV는 기업에 수익을 보장해 주면서도 환경보호와 빈부격차 해소, 협력업체와의 상생 등 사회적 이익을 동시에 창출하는 혁신 활동을 의미한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올해 초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자본주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How to Fix Capitalism)’란 주제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주창한 개념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식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보다 가치 창출 측면에서 더 적극적인 개념으로 평가된다. 올 한 해 양극화 및 대·중소기업 상생 논의 등으로 진통을 겪었던 한국 사회에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이익을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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