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고용대박? 20대 일자리 증가는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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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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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 “지난달 취업자 50만명 증가” 허와 실

“신세대 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고용대박이 난 거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늘고 실업률이 감소하면서 그동안 고용 통계를 둘러싼 실업률 사각지대의 논란도 깨끗이 해소됐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용동향 지표에 반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통계청이 내놓은 고용지표는 겉으로 봐선 완벽 그 자체다. 10월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포인트 내려간 2.9%로 2002년 11월(2.9%)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다. 일자리만 원하면 모두가 취업한다는, 경제학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완전고용’ 상태에 가깝다.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만1000명이 늘어 지난해 5월(58만6000명)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고용지표는 흐름을 보여주는 표본조사이기 때문에 실업률, 취업자 수 정도만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비현실적으로 좋은 고용지표는 사실상 통계의 착시 현상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50, 60대로 몰린 것만도 봐도 알 수 있다.

실업률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청년층 및 여성의 비경제활동인구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데, 비경제활동인구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모수(母數)가 줄어 실업률이 낮아진다. 10월 15∼24세 전체 인구(598만 명)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455만 명에 이른다. 경제활동참가율은 23.9%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8.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5∼29세로 늘려 잡아도 경제활동참가율은 42.4%로, OECD 15∼24세 참가율보다 낮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었다고 하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은 50%에 그친다.

고용지표를 작성할 때 쓰이는 질문지가 엉성한 것도 큰 문제다. 통계청은 고용조사에서 “지난 4주간 직장을 구해봤느냐”고 물어본 뒤 아니라고 하면 뒤이어 취업 의사를 묻는데, 여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극적으로 응답해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다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설명이다.

KDI는 국제노동기구(ILO)의 방식대로 올해 5월 국내 실업률을 자체 조사해 보니 ‘잠재 실업률’이 5%에서 21%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황수경 KDI 연구위원은 “지난주에 1시간 이상 일을 하지 않고 4주간 적극적 구직활동을 했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만 실업자로 분류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잠재 실업자를 잡아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행 통계를 그대로 믿더라도 지금의 고용 상황은 문제다. 10월에 늘어난 일자리 50만 개 중 49만 개는 50, 60대 몫으로 돌아갔다. 취업자 수(50만1000명)를 연령대별로 분석해 보면 50∼59세에서 30만 명, 60세 이상은 19만2000명이 늘어났다. 취업 최전선에 나서는 20대 일자리 증가는 ‘0(제로)’에 그쳤고, 30대는 오히려 취업자 수가 6만6000명 줄었다.

일자리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자영업자는 573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7000명(1.9%) 늘었으며, 올해 들어선 10개월 만에 45만 명 증가했다.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 10월 취업자 수는 오히려 1.3%(5만5000명) 감소했다. 근로시간이 주당 36시간 미만으로, ‘아르바이트’ 성격의 단시간 취업자는 24만3000명 증가해, 36시간 이상 장시간 취업자 증가분(22만1000명)을 웃돌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수석연구원은 “취업자가 50대 이상 서비스업에서 많이 늘면서 취업자 수 증가를 경기적인 측면으로 설명할 여지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경기 호전에 따른 실업률 하락이라는 해석은 자화자찬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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