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 물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해도 너무하네요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내부거래 96% 이상이 수의계약

광고업계에서 1∼5위인 제일기획(삼성)과 이노션(현대), SK 마케팅앤컴퍼니(SK), HS애드(LG), 대홍기획(롯데)은 모두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다. 특히 이노션과 SK 마케팅앤컴퍼니는 2005년과 2008년 설립되자마자 기존의 광고회사들을 제치고 2, 3년 만에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이런 급성장은 같은 그룹 소속 계열사들의 광고를 대규모로 수주한 데 따른 것. 더욱이 이들 대부분은 형식적 경쟁 절차도 없이 수의계약으로 계열사 광고를 따낸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대기업의 광고, 시스템통합(SI), 물류 자회사 20개 업체의 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계열사 간 내부 거래의 88%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개 업체의 매출액 12조9000억 원 가운데 다른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로 올린 매출은 9조2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내부 거래 중 경쟁이나 입찰을 거치지 않은 수의계약으로 올린 매출액은 8조846억 원으로 88%를 차지했다. 대기업 자회사들이 외부 기업에서 따낸 계약 중 수의계약은 41%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높은 수치다.

업종별로는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이 내부 거래의 99%를 수의계약으로 따냈고, 광고 분야는 96%, SI 분야는 78%였다.

공정위는 이처럼 대기업 자회사들의 내부 거래에서 수의계약 비중이 높은 것을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들이 경쟁을 거치지 않고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다른 중소기업들의 사업 참여 기회 자체를 박탈하고 있다는 것. 특히 대기업의 광고나 SI, 물류 자회사의 상당수가 대기업 총수일가의 지분이 높은 가족기업인 만큼 수의계약을 ‘부(富)의 대물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열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따낸 물량을 하도급 업체에 넘기면서 소위 ‘통행세’만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기업 계열사가 직접 중소기업에 일을 맡기지 않고 중간에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하는 자회사를 끼워 넣어 자회사에 이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한 대기업 광고 자회사는 계열사로부터 수의계약을 통해 홍보영상 제작 계약을 3억1000만 원에 수주한 뒤 곧바로 중소기업에 2억7000만 원을 주고 영상 제작을 위탁했다. 중간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4000만 원의 이득을 올린 셈이다. 또 다른 대기업 SI 자회사도 계열사와 130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은 뒤 이를 중소기업에 108억 원을 주고 위탁해 22억 원의 이득을 챙겼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