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창업? 언어장애아 치료 터전 세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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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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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청 지원 ‘장애인 맞춤 창업’ 1호점 연 문은숙 씨

문은숙 씨가 26일 인천 부평구 ‘아이누리 아동발달센터’ 앞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다.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문은숙 씨가 26일 인천 부평구 ‘아이누리 아동발달센터’ 앞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다.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아낌없이 투자할 생각이에요.”

문은숙 씨(28)는 그동안 병원 등의 언어 재활치료사로 일했지만 27일부터 어엿한 사장님이 된다. 인천 부평구에 문을 여는 언어 재활치료 시설 ‘아이누리 아동발달센터’를 이끌게 된 것이다. 이 센터는 중소기업청의 ‘장애인 맞춤형 창업 인큐베이터’ 사업 지원을 받은 1호점이다.

문 씨는 여섯 살 때 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그는 이날 휠체어를 탄 채 물건을 직접 옮기는 등 개점 준비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한참 자유롭게 뛰어놀 어린 나이에 갑자기 겪은 시련은 그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꿋꿋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장애인 특수학교에서 홀로 기숙사 생활을 하며 강한 생활력을 키웠다. 세면대에 빨래판을 올려 놓고 휠체어에 앉아 손빨래를 하던 버릇은 그때 익혔다.

문 씨가 대학 학부와 대학원에서 언어치료학을 전공한 것도 ‘장애인으로서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였다. 문 씨는 “신체 결함을 안고 있는 장애인이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지인의 소개로 언어치료를 전공하게 됐고,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 일부 교수는 “언어 치료 과정에서 과격하게 행동하는 일부 발달 장애아들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문 씨는 “십수 년간 휠체어를 타면서 오히려 남들보다 훨씬 강한 팔 근육을 갖게 됐다. 얼마든지 내 힘으로 해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대학원을 마친 뒤 2년 넘게 종합병원과 사설 재활치료 기관에서 치료사로 일하면서 자신의 말을 직접 실천에 옮겼다.

2009년 한국언어장애전문가협회 1급 자격증을 따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문 씨는 틈틈이 창업 준비를 했다. 나이 들어서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입을 올리려면 내 사업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전공을 살려 치료센터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밥벌이로만 창업을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언어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의 심정에서 좀 더 완벽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다. 사설 치료기관들이 있지만 비용 때문에 양질의 언어 치료도구를 갖추는 데 인색한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도 했다. 문 씨는 “먼저 치료도구를 잘 갖춰야 아이들에게 더 많은 언어자극을 줄 수 있다”며 “단순한 언어치료를 넘어 인지, 미술,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다면(多面)치료 서비스’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문 씨는 중기청의 ‘장애인 맞춤형 창업 인큐베이터’ 사업에 대해 “단순히 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교육부터 컨설팅까지 종합적으로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중기청은 장애인 창업교육 수강자를 대상으로 점포 입지 등에 대해 컨설팅하고 최대 1억4000만 원의 임차료(보증금)를 지원해 준다. 올해 사업에는 총 111명이 지원해 20명이 최종 선정됐다. 재활치료 서비스, 정원·조경용품 판매, 안마원, 커피전문점 등의 업종이다.

문 씨는 “소중한 기회를 잡은 만큼 센터를 잘 운영해 신체적 약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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