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동반성장 전담조직’ 1.8배↑… 임직원 평가 반영 4배↑

  • Array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 동반성장 정책 1년… 전경련 200大 기업 실적 조사

정부가 지난해 9월 29일 동반성장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1년여 만에 대기업의 동반성장 전담조직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임직원 인사평가에 동반성장 실적을 반영하는 대기업도 급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상위 200대 기업의 동반성장 실태를 조사 분석한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조사에 응한 115개 기업 중 현재 동반성장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기업은 84곳(73%)으로 조사됐다. 동반성장 종합대책 발표 이전에 전담조직을 둔 기업이 전체의 절반에 못 미치는 46곳(40%)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 CEO도 동반성장에 동참

동반성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협력사를 챙기는 분위기도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한두 번씩 사장급 이상 경영진이 직접 1차와 2차 협력사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SK그룹은 종합대책 발표 직후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구매담당 최고 임원 및 협력사 대표와의 간담회를 주재했고, 이후 각 계열사의 CEO가 협력사를 방문하는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동반성장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기업 가운데 21%는 CEO가 직접 전담조직의 최고책임자를 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원급 이상이 전담조직을 이끄는 기업도 6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반성장 대책 이후 그룹 총수나 CEO가 협력사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간담회를 개최하는 횟수에 대해 응답 기업의 78%가 ‘늘었다’고 답했다.

동반성장 추진 실적을 임직원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기업은 종합대책 전에는 25곳에 그쳤으나 현재 62곳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19곳은 CEO를 평가할 때도 동반성장 실적을 반영한다고 답했다.

○ 정부 정책에는 아쉬움

대기업들은 정부의 동반성장 대책을 계기로 동반성장 정책을 강화하면서도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불만을 드러냈다. 동반성장 취지를 달성하려면 협력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정부는 여전히 협력사 지원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반응이다.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항목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50%는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이어 하도급 관련 제도 개선(23%), 협력사와 소통 강화(17%)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를 위해 LG그룹은 지난해 10월 2, 3차 협력사를 위한 ‘동반성장센터’를 열어 재무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에 정부의 정책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하도급 관련 제도 개선(47%)이나 협력사 자금지원 및 경영개선(36%)에 쏠려 있다고 답했다.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추진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많았다. 동반성장 추진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53%는 ‘시장경제와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 획일적인 정책 추진으로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답했다.

○ 건설업계는 아직 문제

한편 하도급 관련 병폐가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건설업계에서는 아직 동반성장 실태가 열악하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중·대형 건설업체에서 일감을 받는 하도급 업체 모임인 대한전문건설협회(KOSCA)가 발표한 ‘8월 전문건설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월 대비 자금사정이 비슷하거나 악화됐다는 답변이 8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은 전국 회원사 가운데 모니터링 대상업체 128개사다.

자금사정 악화 요인으로 ‘대금 지급 지연’을 꼽은 업체는 25%로 전달(19%)보다 늘어났다. 또 하도급 계약을 맺으면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업체는 59%로 전달(75%)보다 16%포인트 감소했다. 원도급자에게 어음 할인료나 지연 이자를 받지 못했다는 답변은 49%로 전달(41%)보다 8%포인트 증가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측은 “정부의 동반성장 압력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 중심으로 일부 변화가 있지만 1만3000여 개의 전문건설업체 중 대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업체는 30여 곳에 불과해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