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디자인 통한 혁신’으로 주부에 감동 안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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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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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스터디: 웅진코웨이의 ‘품위 품질 디노베이션’

웅진코웨이는 지난달 2일부터 7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1’에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자사 제품을 전시했다. 홍준기 사장(오른쪽)이 내년 3월 출시할 예정인 초소형 정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웅진코웨이 제공
웅진코웨이는 지난달 2일부터 7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1’에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자사 제품을 전시했다. 홍준기 사장(오른쪽)이 내년 3월 출시할 예정인 초소형 정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웅진코웨이 제공
국내 대표 정수기 업체인 웅진코웨이. 이 회사가 5년 전 일반 가정용으로 판매하던 ‘소형’ 냉온정수기는 높이와 측면 길이 모두 50cm를 훌쩍 넘겼고 정면 너비도 34cm나 되는 ‘육중’한 크기였다. 하지만 웅진코웨이가 올해 말 선보일 냉온정수기는 너비는 물론이고 높이와 측면 길이 모두 30cm대인 ‘소형’ 제품이다. 내년 3월 출시 예정인 정수기는 이보다 훨씬 더 작은 ‘초소형’ 사이즈다. 정면 너비가 5년 전 제품의 절반 수준인 18cm다.

웅진코웨이의 정수기 변화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 회사가 추구하는 ‘디노베이션(디자인과 이노베이션의 합성어)’ 경영 철학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디자인을 통한 혁신으로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게 디노베이션 철학의 핵심이다. 또 웅진코웨이는 고객들의 ‘말’이 아닌 ‘행동’을 면밀히 분석해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DBR 91호(2011년 10월 15일자)가 웅진코웨이의 제품 혁신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기술적 품질 넘어 ‘품위 품질’ 추구하다

웅진코웨이는 여성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대표적인 회사다. 이 회사가 추구하는 품질은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품위 품질’을 추구한다. 보통 사람에게 사용하는 품위라는 단어를 품질이라는 추상명사에 붙여 ‘의인화’한 것은 아무리 사소한 고객들의 불만 사항도 놓치지 않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서다. 이 회사가 품위 품질을 중시하는 이유는 주 고객층인 여성들의 니즈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는 데다 품위 품질에 대한 감수성이 남성보다 여성 고객들에게서 훨씬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는 2006년 홍준기 사장 취임 후 디자인 전담조직(현 디자인연구소)과 사용자경험(UX·User Experience)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맡을 사내 조직인 UX랩을 각각 신설했다. 이를 통해 디노베이션 경영과 사용자 중심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며 지속적인 제품 혁신을 통한 품위 품질 높이기에 힘쓰고 있다.

○디자인에 기술을 맞춰라

홍 사장은 5년 전 웅진코웨이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정수기 사이즈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여성들의 만혼 경향, 1∼2인 가구의 증가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소형 평수의 주택, 빌트인 주방 등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정수기도 최대한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봐도 무방할 소형 제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홍 사장은 확신했다.

문제는 정수기 제품 크기를 줄이는 게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데 있었다. 웅진코웨이의 주력 정수 방식인 역삼투압(RO) 방식의 기술적 제약 때문이었다. RO 방식은 정수 기능 측면에서는 매우 우수하지만 정수한 물을 저장할 물탱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따라서 냉온정수기를 RO방식으로 만들려면 정수·냉수·온수용 등 3개의 물탱크가 필요하다. 물론 중공사막(UF) 방식을 도입하면 당장에라도 크기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UF는 RO 방식 대비 정수 기능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였다.

결국 웅진코웨이는 2009년 RO와 UF의 장점만 결합한 필터 개발에 돌입했다. 아무리 부피를 줄이는 게 목표라도 본연의 정수 기능이 떨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아예 신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정전 흡착 방식(양전하를 띠는 신소재를 필터 소재로 사용)의 ‘나노트랩 필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 세균은 물론이고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까지 완벽하게 걸러줘 정수 성능은 RO 방식에 못지않지만 UF이고 방식처럼 정수용 물탱크가 필요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기술 개발로 웅진코웨이는 초소형 냉온정수기 개발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 첫 결과물로 올해 12월 기존 제품 대비 30% 정도 줄어든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3월에는 온수 물탱크를 없앤 제품도 출시한다. 물탱크를 히터로 데우는 기존 방식 대신 물이 흐르는 유로(流路)에 고용량 히터를 설치한 ‘순간 온수 시스템’을 도입한 덕택에 크기가 더욱 줄어든다.

○고객의 말을 듣지 말고 행동을 관찰하라

웅진코웨이 UX랩은 사용자 중심 디자인 프로세스를 사내에 구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실제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분석하기 위해 신제품 개발 때마다 현장 조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서울대 캠퍼스 안에 있는 웅진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에서 감성연구실도 운영하고 있다.

UX랩이 제품 개발 초기부터 참여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로 가습기와 공기청정기 역할을 동시에 하는 ‘스탠더드 가습 공기 청정기’를 꼽을 수 있다. 2010년 출시된 이 제품의 콘셉트는 사실 2008년에 이미 나왔다. 하지만 똑같은 콘셉트와 기능을 가진 두 제품의 내부 구조는 사뭇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물통. 기존 제품의 물통은 입구가 수도꼭지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매우 작다. 반면 스탠더드 가습 청정기는 어른 주먹도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입구가 크다. 불투명한 재질을 사용한 기존 제품과 달리 투명한 소재를 도입한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이렇게 물통 구조를 바꾼 데에는 UX랩의 역할이 컸다. UX랩 연구원들이 신제품 개발에 앞서 기존 제품을 가지고 주부들의 가습기 물통 청소 방식을 살펴보니 △수세미를 막대기 끝에 묶어 통 속에 집어넣어 닦는 사람 △물통에 물을 3분의 1쯤 채운 후 세제를 풀고 뚜껑을 닫은 후 통째로 흔드는 사람 △물을 가득 채운 뒤 락스를 풀어 넣고 10∼20분 기다리는 사람 등 제각각이었다. 가습기 물통을 깨끗하게 닦고는 싶은데 입구가 너무 좁고 물통은 너무 길어서 별의별 방법을 다 사용하는 것이었다.

연구원들은 이 같은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는 마치 설거지를 하듯이 직접 손으로 수세미를 넣어 물통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세척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통찰을 얻었다. 이런 통찰을 바탕으로 개발팀에 물통 입구를 크게 바꾸고 물통 재질도 투명하게 만들어 오염 부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물통 디자인 하나 바꿨을 뿐이지만 효과는 컸다. 사용자 편의성이 한층 개선된 덕택에 이 제품은 출시 후 석 달 만에 4만6100대가 팔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1 호(2011년 10월 15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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