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재상고 포기… 외환銀 연내 매각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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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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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외환은행 대주주 론스타가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하고, 이를 금융당국에 통보했다. 론스타가 자발적으로 재상고 포기 사실을 보고한 것은 법적 절차에 따라 외환은행 주식을 팔고 한국을 떠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오늘 새벽 론스타가 재상고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영문 팩스를 금융위 사무실로 보내왔다”며 “유죄가 확정된 만큼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 등의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의 연내 외환은행 인수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 조만간 외환은행 지분매각 명령


론스타는 당초 13일까지 대법원에 재상고하면 지분매각 명령 등의 금융위 행정절차를 늦출 수 있었다. 실제로 론스타가 재상고를 한 뒤 시간을 끌면서 매각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론스타는 ‘먹튀’ 논란에 휘말리기보다는 재상고를 포기한 뒤 빨리 외환은행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측과 물밑 협상을 통해 외환은행 주식이전계약과 관련한 세부 조건들을 합의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조만간 론스타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을 회복하라’는 명령을 내린 뒤 지분처분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금융위 정례회의가 예정돼 있는 19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 전에 임시회의를 열어 관련 절차를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법률검토를 진행해온 만큼 (지분 매각절차를 진행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는 요식절차에 불과한 충족 명령 이후 한 달 내에 ‘조건 없는’ 지분매각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금융위는 은행법을 검토한 결과 부적격 대주주에게 지분매각 명령을 내릴 때 매각방식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하나금융, 사회공헌 기금으로

이제 남은 과제는 인수가격이다. 하나금융은 7월 론스타와 외환은행 주식을 1주당 1만3390원에 사는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충격으로 13일 현재 외환은행 주가는 7920원으로 주저앉았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은 조만간 론스타와 접촉해 가격을 다시 협상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 주가가 많이 떨어져 있는 만큼 인수가격을 수천억 원 깎아야 한다”며 “다만 이를 하나금융이 챙기지 않고 국부유출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을 감안해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놓는다는 게 김승유 회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가격을 깎을 생각이 없다는 론스타의 뜻을 우회적으로 전해 듣고 있다”며 “인수가격이 기본적으로 외환은행의 내재가치를 바탕으로 정해진 것이지만 외환은행 주가가 반 토막 난 상황에서 가격 재협상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계는 하나금융이 인수가격을 많이 깎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와 체결한 계약서에 최종 계약이행 단계에서 인수가를 재조정할 수 있는 재협상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규모 테러나 천재지변 등 돌발상황에 대비한 ‘맥(MAC·Material Adverse Change), 조항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긴 하지만 이는 계약을 포기할 수 있는 근거일 뿐 인수가격 조정의 근거로 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편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하나은행의 총 자산규모는 262조 원으로 불어난다. 금융지주사의 핵심인 은행만 놓고 비교하면 국민은행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자산뿐 아니라 지점 수(1008개), 임직원 수(1만6606명) 등 덩치 면에서 국내 2위 은행으로 오르는 것이다. 합병 후 중복되는 부분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면 실제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겠지만 고객과의 접점을 중시하는 국내 은행들의 영업환경을 고려하면 하나은행이 나머지 3대 은행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부상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이런 시너지 효과 때문에 김승유 회장이 다소 무리가 돼도 외환은행 인수를 연내에 매듭지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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