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뚝심경영 ‘무자원 산유국’ 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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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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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국 26개 광구서 원유지분 5억3000만 배럴 확보… 잠재 평가액 50조원

《 5230억 원.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에너지기업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상반기(1∼6월) 직접 운영하거나 지분을 확보한 해외 석유광구의 원유(原油) 판매로 벌어들인 돈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한 해 SK의 원유 판매액은 1조 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1982년 ‘무자원 산유국’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해외 석유개발에 나선 지 30년 만에 이룬 쾌거다. 》
○ “자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SK가 해외 자원개발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고 최 회장의 뒤를 이어 “자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자”며 임직원을 독려한 최태원 회장의 ‘뚝심경영’ 덕분이다.

최 회장은 자원개발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오너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특성을 일찍이 파악하고 자원경영에 관한 한 가장 일선에서 사업을 지휘해왔다. 2005년 1300억 원에 그쳤던 SK의 자원개발 투자가 지난해 10배인 1조3000억 원으로 늘어난 것은 최 회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SK는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늦은 2009년에야 업무용 항공기를 도입했다. 최 회장은 해외출장 때 주로 일반 여객기를 이용했다. 정 급하면 전용기를 임차했다. 그러나 자원개발 투자 상담을 위해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항공사 비행 편수가 적은 지역으로 급히 날아가야 할 일이 잦아지면서 시간과 비용을 따지면 전용기를 장만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회장의 올해 첫 해외출장도 1월 말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세계 유수의 에너지기업 리더들을 만난 것이었다. 그 직후에는 바로 브라질로 가 현지 최대 자원기업인 EBX그룹의 에이키 바치스타 회장을 만나 철광석 광산 투자 및 현지 산업인프라 건설 참여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이어 호주로 날아가 SK가 투자한 석탄 탄광을 둘러봤다. 또 호주의 액화천연가스(LNG) 전문기업인 산토스를 방문해 현지 LNG 광구 개발 동향을 점검했다.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일정이었다. 그 사이에 설 연휴가 지나는 줄도 몰랐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에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논의하러 방한한 콜롬비아의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을 SK 울산 콤플렉스로 초청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자원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 우리나라 전체가 8개월간 쓸 원유


SK는 현재 13개국에서 26개 석유와 LNG 광구(탐사광구 포함)의 운영권 또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광구에서 SK가 갖고 있는 원유 지분은 5억3000만 배럴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가 8개월간 쓸 수 있는 양이다. 현재 유가로 환산하면 50조 원이 넘는 물량이다. 자원개발 사업은 SK의 ‘캐시 카우(cash cow·현금 창출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석유를 비롯해 SK네트웍스가 투자한 석탄, 철광석, 구리 등 해외 자원개발에서 7830억 원 매출에 415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53%의 경이적 영업이익률을 올린 것이다.

SK는 당분간 해외 자원개발에서 얻은 수익 대부분을 재투자해 ‘파이’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7월 브라질 정부의 승인을 얻어 덴마크 머스크오일 사에 3개의 석유광구를 팔아 손에 쥔 24억 달러도 자원 추가 확보를 위한 신규 광구 매입, 해외 에너지기업과의 제휴·인수 등에 쓸 계획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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