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기할 수 없는 시장… 위기 이겨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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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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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B,글로벌은행 중 유일하게 신용상승… 상반기 26억 달러 흑자

벤저민 홍피쳉 스탠다드차타드 홍콩 최고경영자(CEO)는 3일 홍콩 본점 회의실에서 “한국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잘 견뎌낼 것”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 제공
벤저민 홍피쳉 스탠다드차타드 홍콩 최고경영자(CEO)는 3일 홍콩 본점 회의실에서 “한국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잘 견뎌낼 것”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 제공
《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글로벌 은행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이 올 상반기 26억 달러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기존 신용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A1등급을 받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은행 중에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올랐다. 》
○ 아시아 아프리카 토대로 성장세 유지

SCB의 성과는 홍콩과 인도, 아프리카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집중된 영업기반 덕분이다. 본사는 영국에 있지만 이미 150여 년 전 홍콩과 인도에 진출했고 아프리카 여러 곳에서도 영업하고 있다. 티춘홍 동북아 자본시장 지역헤드는 “SCB 전체 수익의 90% 이상이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지역에서 나온다”며 “20년 뒤에는 중국과 인도가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콩이 중국 위안화 역외시장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한국과 홍콩에서 중국 무역을 하는 기업들을 위한 상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SCB 본점 1층 영업점에 들어서면 SCB가 신흥시장에 주력하는 분위기를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곳에 있는 숫자 ‘8’ 모양의 박스는 ‘8분 약속’ 프로그램을 상징한다. 영업점을 찾은 고객이 대기표를 뽑고 8분 안에 업무를 마치지 못하면 은행이 고객 1명당 1홍콩달러를 기부하는 제도다. 대니얼 차우 지점장은 “8분 안에 응대를 끝내는 사례가 90%에 이른다”며 “홍콩 내에서 우리 은행만 하고 있는 고객 약속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1859년 홍콩에 진출한 SCB는 이러한 고객 서비스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수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55%나 급증했다. 이뿐만 아니라 SCB는 3대 화폐 발행은행으로서 홍콩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한국에서 고전 중이지만 철수 계획 없어


SCB는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지만 홍콩 등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 비해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성과주의 도입에 반발한 노조가 총파업을 하는 등 노사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만난 SCB 주요 임원들은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벤저민 홍피쳉 홍콩SCB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지난 10년간 SCB가 가장 많은 돈을 쏟아 부은 시장”이라며 “이는 한국 시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C제일은행 출신으로 동북아 글로벌 마켓을 맡고 있는 김진겸 총괄헤드는 “SC제일은행이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국에서 성공해야만 SCB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홍피쳉 CEO는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과 관련해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연말까지 통화 및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아시아 시장은 낮은 실업률 등 경제 기초여건이 괜찮아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은 1998년, 2008년 두 차례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이 있다”며 “3000억 달러를 웃도는 외환보유액도 이번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은 대외 교역의존도가 높아 외부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현재로서는 외화 유출을 통제하는 한국 정부의 조치가 적절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홍콩·싱가포르=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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