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페이스북과 기독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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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는 로마제국으로부터 박해받았습니다. 기독교가 “신 앞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며 황제와 귀족의 권위를 무시했기 때문이죠. 결국 로마제국은 신의 아들이라는 예수마저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결과적으로 기독교에 패배하고 맙니다. 기독교는 로마제국을 칼로 정복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에 “서로 사랑하라”며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결국 로마 황제와 귀족까지 기독교인으로 만들었죠.

페이스북은 종교는 아니지만 인터넷 세계에서의 모습은 로마제국 앞의 기독교를 닮았습니다. 로마제국이 거침없이 영토를 확장하던 것처럼 인터넷은 그동안 수많은 산업을 정복해 온라인 산업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이때 페이스북이 기독교처럼 인터넷에 스며들었습니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였죠. 기독교가 제국에서 소외된 변방 평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처럼 페이스북도 그동안 인터넷에서 소외됐던 작은 기업과 개인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이는 페이스북이 워낙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덕분에 가능합니다. 현재 세계 인터넷 사용자(약 17억 명) 가운데 페이스북 가입자는 8억 명이 넘습니다. 최근에는 하루에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사람이 5억 명을 넘는 날도 생겼습니다. 한번 가입한 사람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계속 페이스북을 쓴다는 얘기입니다. 이 덕분에 생겨나는 경제효과를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팀은 ‘페이스북 앱(응용프로그램) 경제’라고 불렀습니다. 이 연구팀은 논문에서 페이스북 앱 경제의 독특한 성공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첫째는 페이스북 가입자끼리 쓸 수 있는 앱을 만들도록 한 점입니다. 마치 스마트폰 앱처럼 페이스북에 설치하는 앱인데 이를 만든 개발자들은 8억 명이라는 거대 시장에 물건을 팔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둘째는 ‘소셜 플러그인’입니다. 신문사의 온라인 기사에 달린 ‘좋아요(Like)’ 버튼이나 ‘페이스북에 공유하기’ 버튼을 보셨을 겁니다. 이게 소셜 플러그인입니다. 페이스북은 이런 방식으로 가입자의 페이스북 활동을 늘려서 좋고, 링크를 제공하는 신문사나 다른 인터넷 기업들은 페이스북 고객을 독자로 끌어들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끝으로 ‘페이스북 로그인’ 기능입니다. 정보보안 사고가 잦아지면서 잘 모르는 작은 웹사이트에 가입하기를 꺼리는 사람이 늘어나자 페이스북은 이런 작은 회사들이 회원 가입을 받는 대신에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공개했습니다. 이러면 작은 기업들은 로그인 과정에서 페이스북의 신뢰도를 빌려 고객을 모을 수 있어 좋고, 페이스북도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게 돼 좋습니다. 연구팀은 페이스북이 지금까지 이런 앱 경제를 통해 23만 개의 신규 일자리와 157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만들어냈다고 추산합니다.

페이스북은 이제 인터넷 속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황제와 귀족까지 포섭한 초기 기독교의 성공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독교는 이런 성공 뒤에 타락했습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보다 이들을 억누르는 귀족과 결탁해 면죄부를 뿌리기에 바빴고 결국 서양에는 중세 암흑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과연 페이스북 앱 경제가 앞으로도 계속 희망을 줄지, 아니면 중세 기독교처럼 타락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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