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 평균가 ‘10억’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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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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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또다시 대혼란에 빠지면서 부동산시장에 불안감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모처럼 되살아날 조짐을 미약하나마 보이던 부동산시장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대출금 상환 압박을 받는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춘 매물을 쏟아내면서 서울 강남 일대 10억 원 이상의 고가(高價) 재건축아파트는 이미 금융위기 영향권에 든 상태다. 소비자들이 매매보다는 임대시장을 찾으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3.3㎡당)은 처음으로 800만 원을 돌파했다.

27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서울 강남, 서초, 송파 3개구의 재건축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9524만 원으로 지난해 10월(9억9834만 원) 이후 처음으로 10억 원대 아래로 주저앉았다. 작년 11월부터 줄곧 10억 원대를 지키며 한때 10억3000만 원대를 찍었던 강남 재건축 매매가는 지난달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이후 내리막을 걸으면서 11개월 만에 10억 원 아래로 떨어졌다.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된 지난달 11일 이후 최근 5주간의 추이를 보면 강남구가 1487만 원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컸고 송파구는 629만 원, 서초구는 398만 원 내렸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52m²는 지난달 11일 10억3500만 원에서 22일 현재 9억6000만 원으로 7500만 원 하락했고,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2차 62m²는 8억4250만 원에서 8억3000만 원으로 1250만 원 떨어졌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투자수요가 많은 강남 재건축단지는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인 만큼 거시경제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미국·유럽 금융위기 등 대내외적인 경제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으면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전세금 상승세도 계속되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금은 23일 현재 3.3m²당 800만 원으로 처음으로 800만 원 고지를 밟았다. 지난해 5월 3.3m²당 700만 원대를 돌파한 뒤 16개월 만에 800만 원대로 올라선 것이다.

500만 원대(2005년 4월)에서 600만 원대(2007년 1월)로 진입하는 데 21개월이 걸렸고 700만 원을 넘어설 때 40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전세금 상승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강남구(1259만 원)와 서초구(1165만 원)의 3.3m²당 전세금은 현재 1000만 원을 넘었고 송파구(998만 원)도 조만간 1000만 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위기로 ‘지금 집을 사면 안 되겠다’는 심리가 더 커질 것”이라며 “매매 대신 전세로 남겠다는 분위기가 커져 전세금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집을 살 때 훨씬 더 신중해져서 한 달을 고민하고 다섯 군데를 돌아본 뒤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114가 최근 1년 이내에 주택을 거래한 3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실수요자가 중개업소를 방문한 뒤 최종 계약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달 이상이 32%로 가장 많았다. 작년 조사 때(23.5%)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그만큼 고심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또 구매 전까지 둘러보는 주택 수도 늘었다. 다섯 집 이상을 방문했다는 응답이 39.7%로 가장 많았고 세 집 이상을 방문한 수요자는 전체의 82.2%를 차지했다.

특히 내 집을 살 때(38.9%)보다 월세(41.4%)와 전세(40%)를 거래할 때 다섯 집 이상을 방문하며 발품 파는 수요자가 많았다. 그만큼 세입자들의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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